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新華里)는 "살기좋은" 마을이다. 집과 도로가 어느 마을보다 깨끗하게 단장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아파트 하나 없는 단층짜리 집들이 논밭과 함께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주민의 반 이상이 농사를 짓는다. 간월산에서 발원한 물과 신불산에서 시작된 물이 이곳을 지나고 있어 농사 짓는데 물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작은 공장들이 들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짭짤한 수익도 안겨준다. 길에서 만난 주민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누구에게 물어도 "이 동네 살기 좋아요"라고 말한다. "빛나는 새마을"이라는 신화리의 이름을 잘 지은 덕인가. 조선 고종 때까지 쌍수정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가 1911년 일제때 신화동으로 바뀌었고 1914년 신화리가 됐다.

 마산과 후평, 쌍수, 도호 등 4개의 행정마을로 이루어진 신화리는 언양 남천을 건너 작천정을 지나 삼남면사무소에 이르기 전 고속도로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다. 자수정동굴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에서 등을 돌려 아래쪽으로 내려가 국도 아래로 난 3.9m 높이의 굴다리와 3.2m 높이의 고속도로 굴다리를 하나더 지나면 바로 갈림길이 나서고 마산마을과 쌍수정마을을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이 붙어있다.

 오른쪽이 가장 큰 마을인 마산(113가구), 왼쪽이 쌍수정(89가구)이라고 되어 있으나 결국 아래편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마산마을에서 분동되어 나간 후평(33가구)이 마산의 뒤쪽에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쌍수정, 다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도호(44가구)다.

 마산마을은 첫 인상이 참 좋은 동네다. 마을이 단아하고 주민들은 표정이 밝다. 집도 도로도 깨끗하다. 포장된 도로가 하천을 따라 이어지고 하천가에는 초록색이 싱그러운 논과 봉지를 매단 배밭이 조성돼 있다. "삼남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가수가 삼남면의 행정마을 가운데 가장 많은 80가구나 된다.

 마을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농촌마을의 환경에 맞게 조성돼 있다. 마을공동 재산인 논이 있기 때문에 그 수익금으로 이같은 시설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을 입구에 마산체력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운동장을 만들어 각종 운동기구를 들여놓았다. 마을 공동목욕탕도 있다. 여름철을 제외한 봄·가을·겨울에는 2천원만 내면 언제든지 목욕을 할 수 있다. 가끔 등억온천으로 목욕을 가기도 하지만 더없이 편리한 시설이다. 하천가에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놀이기구가 놓여있고 등나무 아래 벤치도 조성돼 있다. 이 벤치는 하천 옆인데다 앞이 트여 시원하기 때문에 언제나 마을 아주머니들 차지다.

 "요즘은 하루종일 여기 나와 놀죠. 제사나 큰일을 치른 집에서 먹을 것을 가져 나와 나눠 먹으며 시원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옛날에는 이 앞 하천물이 맑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빨래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때만은 못하죠. 그래도 물이 많이 맑아졌어요."

 이복년씨(61)를 비롯한 7~8명의 아주머니들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소리높여 "하하하" "호호호" 밝게 웃었다.

 얼마전 마산마을에서 동떨어져 있는 후평마을을 분동시켰다. 후평은 마산마을의 "뒤에 있는 벌"이란 뜻이다. 농사를 짓고 사는 조그만 마을이다.

 마산마을에서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면 쌍수정(雙水亭)마을이다. 간월산에서 트여 작괘천을 지나온 물과 신불산에서 발원해 가천천을 지나온 물이 이 곳에서 합수한다. 두 물줄기가 만난다하여 쌍수라 했다. 예전에 정자가 있었나해서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정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고 거기에 동제당이 있을 뿐이다. 물이 합수하는 지점은 마을의 끄트머리쯤 된다. 장관을 기대했으나 주변 풍광이 썩 좋지는 않다. 합수하는 지점을 사진으로 잡아내기도 어렵다.

 쌍수정의 물이 산아래를 비껴가고 너른 들판을 만들고 마을을 조성했다. 도호들과 도호마을이다. 도호마을은 농사를 짓는 평범하고도 작은 마을이다. 삼남면에서는 꽤나 시골에 속한다. 삼남에 있는 중남초등학교에서는 가장 멀리서 오는 학생들에 속한다.

 장영조 도호마을 이장(61)은 "요즘은 버스가 있지만 예전에는 학교까지 한시간 이상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며 "장마가 지면 물 건너기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결석은 거의 안했다"고 말했다.

 도호에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팽나무가 인상적이다. 나이는 500년 쯤으로 본다. 나무둘레가 엄청나게 크다. 아직 상처 하나 없다. 장이장이 어릴 때만 해도 동네어린이들의 놀이터였고 어른들도 많이 나와 있곤 했는데 요즘은 어린이도 어른도 거의 찾지 않아 팽나무가 외롭다.

 신화리를 지나온 물은 금강고려화학 뒤편, 구수마을 앞 구늪숲에서 다시 언양을 지나온 남천과 합쳐져 태화강 상류로 흘러든다. 이 곳에서 가지산과 간월산, 신불산의 정기가 하나가 되어 울산을 형성한 태화강이 된 것이다. 정명숙기자 jms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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