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우들에게 지난 1년간 무료로 도자기 공예 강습을 하고 있는 김경훈(45)씨.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울산시 남구 달동에서 부인 이름을 딴 공방 '한진안 도예'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우연한 기회로 울산시 시각장애인복지회관과 인연을 맺게 됐다. 지난해 4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맡아달라는 복지회관 관계자의 부탁에 흔쾌히 응하면서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시각장애우들을 만나고 있다.

장애우들이 흙을 돌림판에 올리고 오로지 손끝에서 전해오는 감촉만으로 도자기를 빚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씨의 경험담이다.

김씨는 "시각장애우들의 촉감은 놀랍습니다. 또 시각장애우들은 편견없이 순수하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래서 가장 창조적이고 순수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마라도 배우려는 시각장애우들이 많은 현실에서 도자기를 빚는 일이 생계수단이 될 수는 없겠지만 시각장애우들은 김씨를 만나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한다.

매주 2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장애를 딛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강습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강습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우 5명은 오는 6월 울산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눈빛 미술제'에 참여하기 위해 대회에 출품할 도자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벌써부터 이날 전시회가 기대된다.

김씨는 1년전 처음 강습을 할 때와 비교해 시각장애우들을 보다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김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아침 운동을 다녀온 뒤 공방에서 수강생을 맞을 준비를 한다. 흙과 도구를 챙기고 빚어진 도자기를 굽기 위해 가마초벌을 준비하는 작업이 반복되지만 매주 첫째날 시각장애우를 만나는 시간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김씨는 시각장애우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연말 가족문화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가한 장애우들에게 축하꽃을 전달했는데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장애우들은 편견없이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병우기자 kb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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