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거스르는 것 같아서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울산시 동구에서 그리스도교회라는 작은 교회를 맡고 있는 조용호(43) 목사는 지난 2002년부터 한부모 가정과 생활수급대상 가정 등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조 목사가 운영하는 작은 공부방에는 매일 학교를 마친 30여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찾아와 밀린 공부를 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즐겁게 어울리고 있다.

조 목사는 4년 전 울산에 왔다. 당시 그는 목회 일 외에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그 때 그는 저녁마다 놀이터에 모여 싸움을 하고, 술과 담배를 하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놀이터마다 소위 불량학생들이 넘쳐 났습니다. 호기심에서 그 아이들의 형편을 알아봤는데 모두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고 있더군요. 학원을 다닐 형편도 안되고, 학교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한 공부방과 쉼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부방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은 극히 낮았다. 모두 합해서 5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불량학생들의 집합소라느니, 아이들을 종교에 물들인다느니 하는 편견과 힘들게 맞서야 했다.

그러나 IMF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부방이 하나 둘 생겨났다. 지난해 말까지 27곳의 공부방에 설립돼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도 공부방 개설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 목사는 공부방의 활동을 장려하고,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난 5월 지역 27곳 공부방의 연합체인 울산지역아동센터공부방연합회를 창립했다.

조 목사와 지역 공부방연합회는 아이들의 복지 증진과 함께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청소년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청소년공부방' 설립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정과 사회에서 방치된 수많은 아이들이 공부방에서 희망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글도 못읽던 아이가 책을 읽고, 반에서 꼴찌를 하던 아이가 반 석차 수위를 다툴 때 보람을 느낍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조 목사는 이런 희망들이 경제적 문제로 좌절될 때가 제일 안타깝다.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은 매월 200만원의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돈의 절반은 공부방 교사들의 인건비로 나가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사용된다. 이마저도 부족할 때가 많아 교회 헌금의 절반 가량을 공부방에 사용하고 있다.

현재 지역의 27곳 공부방 가운데 40%이 이르는 18곳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공부방들은 운영자의 자비와 후원회비 등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

"2007년부터는 공부방 지원이 국가에서 지자체로 이관된다고 하더군요. 돈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지원마저 사라질까 걱정됩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더 많이 잘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정말 안타깝습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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