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뒤 면접 문턱서 번번이 실패 7년 문방구 운영하다 공직도전'성공'

울산시청 기획관실에 근무하고 있는 이정명(47·7급 지방행정주사보)씨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은 탓에 지체장애 2급의 중증장애인이지만 어두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당당하다.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장애'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는게 쉬운 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기 보다는 현재 처한 상황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꾸준히 뭔가를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명씨도 처음부터 마음의 장애를 극복했던 것은 아니다. 어려움에 어려움이 겹치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이 '당당하자'였다. 자신이 당당할수록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정명씨는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동제어장치가 부착된 출퇴근용 차량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업무를 처리한다. 양쪽 다리가 불편한 탓에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은 다소 무리여서 도움을 청할 때도 있지만 그외 업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그의 근무 방침이다. 의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잡으며 1남2녀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릴적 소아마비가 심해 학교 다니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대학까지 졸업했다. 하지만 취업전선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그룹면접에서는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고 제외시켜버리거나 질문을 해도 '다리가 불편한데 근무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질문이 고작이었다.

결국 직장구하기를 포기하고 학성고등학교 앞에서 7년 가량 문방구를 운영했다. 영업부진으로 전업을 고민하다가 공무원으로서의 길을 택했다. 공무원시험에서는 신체적인 결함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마침내 94년 2월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사회복지과에서는 장애인 관련 업무를 3년간 맡기도 했다.

이정명씨는 몸이 불편하더라도 '특별대우'를 원하지 않는다. 인사이동때마다 동료들과 동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북구 농소읍 근무를 시작으로 남구청, 상수도사업본부, 울산시 사회복지과 등지서 다양한 업무를 맡았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도와야 된다고는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정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인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의 사회적 편견해소도 중요하지만 정작 장애인 스스로 닫아버린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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