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할 때 마다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 중 가장 많이, 먼저 듣는 말이 "좋은 일 하시네요"이다. 사실 장애인 인권과 복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좋은 일로만 평가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기분 좋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가장 격려해 주는 말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장애인의 복지와 인권을 위해 일 한다는 것은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출발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러하다. 장애인 복지 분야에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도 소중한 한 사람이기 때문에 존중하고, 최소한 기회는 균등해야 된다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 시력의 손상이 없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일반 명함을 건네준다. 그렇다면 똑같은 정보를 전맹 시각장애인(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에게 전달 할 때 있어 최소한의 기회균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점자가 있는 명함이 기본인 것이다. 여기에 시각장애인을 특별히 불쌍하게 생각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으로부터 시작한 복지 관련법이 이제 25년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장애인 인권문제와 차별에 대한 체감도는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의 문제를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바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 있다고 본다. 장애인이 개인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애를 인식, 수용, 개방 하더라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오는 차별과 몰인격적 대우는 또 한 번 좌절로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장애의 문제가 바로 사회적 관계로 직결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장애인 복지 분야의 패러다임도 크게 전환 되고 있어 지극히 희망적인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을 복지 혜택만 받는 단순 수혜자의 위치에서 복지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로 보는 등 그 권리는 점차 확대 되어가고 있다. 나아가 장애인 복지와 인권의 발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는데 있어 장애인이 정책이나, 서비스의 결정에 있어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가오는 5. 31 지방선거에서도 훌륭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장애인이 정책결정의 제도권에 많이 진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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