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경일남씨 저상버스 동행 탑승기

최근 도입 신형버스 도착해도
인도변 불법주차 차량들로
승강장지나쳐 세운뒤에야 탑승
경씨 "노선 한정·시간 부정확"

지난 14일 오전 11시 경일남(지체장애 1급·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권익옹호 담당)씨와 함께 저상버스의 불편과 이용도를 확인하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남구 달동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나섰다. 10분가량 도로를 따라 곡예운전으로 차량 사이를 지나 현대해상사거리 승강장에 도착했다.

막연히 기다리리던 중 11시45분께 저상버스 1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휠체어장애인을 본 운전기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버스를 승강장에 제대로 갖다대지 못해 후진을 했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리프트(휠체어를 위한 장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몇번이나 시도하던 운전기사는 미안하다며 그냥 출발했다. 저렇게 태우려고 애쓰는 운전기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귀찮으니깐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1시간 이상 기다린 저상버스가 태워주지 않고 지나가버릴땐 정말 울화통이 치밉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무작정 또 기다려야 하니까요. 얼마나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않았으면 1년밖에 안된 장비가 작동을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기다리던 중 지난 12일부터 추가로 투입된 신형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리프트가 내려지고 휠체어가 버스에 오르자 운전기사가 휠체어를 고정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시청 앞 승강장에 내리려했으나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승강장 인도턱에 저상버스를 갖다대지 못했다.

운전기사는 고민하다가 승강장을 한참 지나쳐 비어있는 인도에 차량을 정차했다.

"실제 버스에 비해 2배 이상이 되는1억8천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버스가 실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최근 한번 저상버스에 탔더니 운전기사가 1년동안 운행해도 지체장애인이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노선이 한정돼 있는데다 시간이 부정확해서 이용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004년말부터 저상버스 5대가 운행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편리해졌다고 생각하는 지체장애인은 거의 없다. 장애인체전이 다가오는데, 외지에서 찾아온 장애인들에게 '울산의 저상버스는 그림의 떡'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저상버스 도입 확대도 필요하지만 실제 도움이 되기 위해선 운영상의 문제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현장행정이 절실하다.

울산시는 지난해 초부터 401번(방어진~청량면 율리) 노선에 저상버스를 5대 투입한데 이어 오는 9월 장애인체전을 앞두고 10대를 추가로 투입했다. 버스노선도 104번, 114번, 107번, 117번, 101번으로 늘렸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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