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요? 그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걸요."

손 하나 까딱할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푹푹 찌던 이달 초 한 여름날. 매달 우리 어린이집을 찾아오는 어느 부부에게 "이런 날씨에는 자원봉사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라고 말을 건네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혼자서는 제 몸 지탱하기도 힘든 것은 물론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어려운 아이들에게 씻겨주고 먹여주고 놀아주고 청소해주느라 귀가할 때쯤이면 녹초가 되면서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배우고 간다니?

이날도 그 부부는 모처럼의 여름휴가를 할애해 자원봉사하러 온 것이다. 어린이집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비지땀을 쏟으셨다. 아이들 한명 한명을 정성껏 씻겨주고, 한바탕 방청소랑 실내외 청소를 한 다음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특히 제대로 앉지 못해 누워서 지내는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은 소화기능도 약하고 혀와 입술 이빨도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아 미음으로 먹여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도 단 한순간도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들었다. 늘 아이들과 생활하는 우리 선생님들조차 "이런 분들을 통해 마음가짐을 다시 추스른다" 고 할 정도로 지극 정성이다.

다시 말을 붙였다.

"더운데 힘들지 않으세요?"

"여기 오지 않고 집에 있으면 더 더워요. 세상에 대해 내가 해야 할 몫의 역할을 못하거나 미뤄두는게 8월 한여름 더위보다 더 짜증나거던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게 뭐죠?"

"자식들이 공부 잘하고 못하고에 상관없이 건강하게 자라만 줘도 고마운 일이라는 것도 배우고, 세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법도 배우고…세상 어느 선생님보다 산 교훈을 가르쳐주잖아요."

여전히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다.

이 부부와 얘기를 나누며 새삼 나도 배움의 즐거움에 들떴다. 자신은 몸 하나 가누지도 못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주변을 늘 즐겁고 아름답게 해주는 예쁜 우리 아이들. 한 번 더 보듬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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