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겪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비용은 다소 많이 들더라도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상가건물 2층을 전세로 얻어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와 재활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 희망의 간판을 달고 있는데, 1층에서 영업을 하고 계시는 분이 오셔서 굳은 표정으로 1층 출입구의 간판은 설치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덩치는 씨름선수 같고 인상도 깍두기아저씨 같아서 순간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신하게 간판설치의 필요성을 설명드리려 했지만, 그 분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설치하면 내가 다 뜯어버릴 것이니까 알아서 하시오"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본인의 영업장으로 가버렸습니다.

황당한 일이였습니다. 말도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그 분의 영업장으로 들어가서 "위험하지 않다" "주간에만 있을 것이다" 등등 통사정을 했습니다.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분을 특별하다고 보지 않고, 이 사회의 보통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필요 없고 설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정신장애인들이 그 분에게 뭘 잘못했습니까?" "정신장애인들이 과격집회를 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지하철을 세운 적이 있습니까?" 이런 현실이 정신장애인이 당면한 상황입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절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아니 차라리 무관심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주요 정신질환의 유병률이 0.5%라고 본다면 100만 인구의 울산에는 약 5000명의 정신장애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6년 현재 울산시 정신장애인의 등록률은 채 20%에도 못 미치는 900명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편견과 차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장애인들도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신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인 늘푸른보호작업장을 만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특별해서도 아니고 능력이 출중해서도 아닙니다. 정신장애인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신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여 간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변하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정신장애인을 고용하겠다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신장애인의 작업능력은 부족합니다. 그러나 진짜 부족한 것은 경험입니다. 여러분 정신장애인들이 직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실패를 통해서 배우겠습니다. 직장을 가지는 것은 정신장애인의 꿈입니다.

우리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그런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실 분들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혹 주위에서 그런 분들을 보신 분이나 알고 계시는 분들은 울산정신보건가족협회(052·238·7644)로 연락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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