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변의 은빛 모래밭을 상상하면 그 속에 하나의 삽화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씨름이다. 우정동 아래 쪽으로 펼쳐진 더 넓은 백사장은 그대로 씨름판이 됐다. 당시는 장사들이 대거 등장해 힘을 겨루는 씨름판을 구경하는 것 만큼 재미있는 이벤트도 없었다. 상품으로 내걸린 소 한마리가 어느 장사에게 돌아갈 것인지를 점치는 것은 한철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최고의 선수는 마산의 대표였던 김성률 장사(검은 샅바)와 울산의 대표였던 박두진 장사(흰 샅바). 결승에서 만난 이들이 겨루는 한판 승부를 구경하기 위해 땡볕을 마다않고 달려나온 시민들로 백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별달리 볼거리도 없었던 시절이었기도 했지만 몇분안에 있는 힘을 다해 단박에 승부를 가리는 씨름은 울산사람들의 기질에도 잘 들어맞았던 것이다. 글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사진 서진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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