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559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학

▲ 세종 31년(1449년)에 대마도 종정성의 요청으로 학을 기증한 뒤 559년만에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귀환한 학.
일본의 학 사육 조선으로부터 기증받은 학으로 시작

멸종 조류 보호 국내기관 10년 공들여 학 1쌍 들여와

자연생태계 잃어버리면 복원 어려워 ‘있을때 잘해야’

대중가요에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랫말이 있다. 박자가 비교적 빨라 노래방에서 탬버린 흔들고 부르면 신난다. 필자는 이 노래가 유행할 때 나름대로 가사에 깊은 의미를 두고 들었다. 왜냐하면 이 노랫말의 표현에서 무엇이든지 가까이 있을 때 소중함을 느끼고 관리를 철저히 해야지 잃고, 없고, 떠나고 난 뒤에 원상회복하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때때로 비슷한 사정이 있으면 적절하게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이번의 학이야기는 네 가지 학에 관한 사례를 들어 다시 한 번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라는 노랫말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싶다.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학을 기증한 사례이다.

<세종실록> 31년(1449년 8월 19일)에는 “대마도 종정성이 승려 도은을 보내어 환도와 원숭이를 바치고, 대장경과 흰 개와 흰 학을 보내 달라고 청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흰 학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내용의 기록이다.

같은 해 9월4일 기록에는 “대마도 도주 종정성이 보낸 승려 도은을 통해 대장경 1질, 흰 개와 흰 학 각각 1쌍 그리고 특별히 하사하는 쌀과 콩 각각 1백석을 돌아가는 사신 편에 보내니 수령하기 바랍니다.” 이 내용은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흰 학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하여 학을 기증한 내용의 기록이다.

문헌의 기록으로 보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학을 기르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하다. 왜냐하면 학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철새로 구분 짓고 있고 또 9월 달에 학을 기증했다는 것은 자연생태의 학을 포획해서 보낸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필자와 울산학춤보존회 회원들이 일본으로부터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기증받아 경북대학교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사육하고 있는 학을 둘러본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는 일본이 대장경과 흰 개와 흰 학을 기증받고자 요청한지 겨우 16일의 짧은 기일에 승려 도은을 통해 학을 기증하는 민첩성을 알 수 있다. 이 기록은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학을 기증한 공식적인 첫 기록으로 보여진다.

필자는 2006년 대마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대마도 민속박물관 관계자에게 문의하였으나 자료 확인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자연생태에서 먹이 찾는 재두루미 3개체를 발견했다. 짧은 체류일정으로 더 이상 자료 확인이 어려워 결국 우리나라 기록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일본 오카야마 현의 학에 대한 이야기다.

오카야마 현에는 현재 ‘오까야마자연보호센터’‘총사’ ‘고량천’ ‘후락원’ 등 4곳에서 학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오카야마 현에서 맨 처음 학을 키우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기증한 학으로 시작되었다고 오까야마자연보호센터 학 사육사 이노구찌씨는 말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300년 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학을 기증받았다고 한다. 혹시 <세종실록>에 기록된 학이 아닐까 생각하여 질문하니 자세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한 두 번씩 학에 관한 연구 자료와 사육 지도를 받기위해 오카야마 현을 방문했었다.

그곳에 가면 매번 느끼지만 학이 사람과 매우 친근하다. 유유히 창공을 날고, 유스호스텔 잔디마당에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사람 곁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들이 경이롭게 여겨졌다.

또 고궁인 후락원에서 키우는 학은 넓은 우리에서 의젓하게 걸어 나와 넓게 트인 잔디밭으로 천천히 주위를 살피면서 나아간다. 얼마간을 뛰어 도움닫기를 한 연후에 큰 날갯짓으로 순식간에 푸른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오른다. 이때 그 광경을 보기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의 환호성은 대단하다.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학은 조금 뒤 잔디밭으로 나려와 이제는 우리 곁으로 걸어온다. 그리고는 함께 거닐고 먹이를 찾는다. 매화꽃 만발한 나무 사이를 걷는 학을 가까이에서 보면 참으로 고고하게도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2005년 후락원 잔디밭에서 ‘울산학춤’을 시연한 바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학을 기증받은 이야기이다.

지난해 10월2일 경북대학교 자연사박물관 부설 조류생태환경연구소(소장 박희천 교수)에서는 일본으로부터 멸종위기조류 종(種)복원을 위한 연구용으로 기증받은 학 2쌍을 입사하는 경사가 있었다. 이 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멸종위기조류종복원 전문연구소이다.

연구소는 그동안 종 복원을 위한 연구용 학을 기증받기 위하여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있는 학 전문연구소와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왔다. 그 결과 2006년 러시아로부터 재두루미 1쌍을 기증 받았으며, 이번에는 일본으로부터 학을 기증받게 되었다.

필자도 학을 기증 받기 위한 일본 오카야마 현 행사에 참석했었다. 일본으로부터 학을 기증받는데는 참으로 많은 어려움과 오랜 인내심이 필요했다. 오래전 우리는 일본의 부탁을 받은 뒤 불과 16일 만에 선뜻 우리의 학을 내 주었지만, 학술연구용 학을 다시 기증받는데 까지는 무려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수십 차례 일본 현지를 방문 왕래하면서 유대를 돈독히 하고 애쓴 그 노력의 결과다.

결국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표현을 구태여 사용한 필자의 마음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일본에서 기증받은 학을 구태여 ‘559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학’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가 예전에 기증했던 우리의 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학이 무어 그리 중요하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생태 자원은 국가간의 경쟁력은 물론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창녕의 ‘따오기’도 어른들의 발상이 아닌 우리나라에 따오기가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한 젊은 대학생의 선행실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따오기를 기증받기 위해 무려 15년간 중국에 학교와 도로를 건설해주는 등 문화교류 예산 70억원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들이 관점에 따르게 생각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왜 따오기가 살 수 없을까? 또 창녕군 사람들이 쓸데없는 짓을 돈 낭비해가며 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과 일본에는 따오기를 키우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 된다는 것일까?

창녕에 따오기를 들여온 이후 어린아이를 대동한 따오기를 보겠다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제는 우리나라도 여러 선진국에서 많은 돈을 투자해가면서 멸종위기 종에 대한 복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진지한 시간이 필요하다.

선진 각국에서 자연생태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며 멸종위기종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자연생태환경이 인간의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류도 자연 생태환경의 지표로 그 가치와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고 조류의 안정된 자연생태환경은 우리 인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과 관련이 많은 울산에서 학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있다면 그 어느 지역보다 자연생태환경을 부각시키는 홍보에서 금상첨화가 아닐까?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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