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방문교육지도사 김화숙씨

▲ 방문교육지도사인 김화숙씨가 다문화가정을 찾아 아동양육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결혼이민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다문화가정 4곳 1주일에 각 2차례씩 찾아 자녀 양육 지도

한국식 강요 않고 결혼이민자 중심의 비교 교육이 효과적

가족관계·생활 고민도 나누는 ‘친정엄마’ 역할까지 척척

“이해됐어요? 알아들었어요?”

올해로 2년차 방문교육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화숙(51)씨가 결혼이민자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김씨는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방문교육지도사업 중 아동양육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울주군 온산읍 덕신지역의 다문화가정 4곳을 담당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두 차례씩 방문한다.

김씨의 수업은 다문화가정 집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된다. 먼저 아이들을 안아 인사하고 결혼이민자의 안부를 묻는다.

김씨는 “지도사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 동안 뭘 했는지 먼저 물어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혼이민자와 아동에게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파악한다. 또 대화는 가장 좋은 한글공부법이기도 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또 있다. 다문화가정 특히 결혼이민자의 경우 아직 우리말에 익숙하지 않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김씨는 아동에게 아빠가 출근할 때 인사는 했는지, 밥은 어떤 반찬이랑 먹었는지 등을 물어보며 아이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혼이민자가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수업을 진행하는 큰 틀은 미리 계획돼 있지만 결혼이민자와 대화하면서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고 또 다음 시간을 준비하니 훨씬 학습효과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에 불쑥 나타나 한국식 양육법과 한국문화를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다.

아이에게 함께 책을 읽어주다가 강아지가 ‘멍멍’하고 짓는다는 말이 나왔을 때 몽골에서 온 결혼이민자에게 ‘와와’하고 짓는다는 이야기를 끌어낼 만큼 김씨의 수업에 있어서 주인공은 항상 결혼이민자이다.

수업 중 결혼이민자의 아이가 우리나라 문화 뿐만 아니라 엄마의 나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항상 비교학습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서 새로운 놀이를 배워왔으면 결혼이민자 고향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는지 물어보고 다시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또 결혼이민자가 한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남편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혹 결혼이민자와 함께 병원을 가는 일 등으로 외출을 하게 되면 먼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는 등 그는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신경쓴다.

김씨는 남편을 직접 만날 수 없으면 전화나 편지 등으로도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김씨는 “남편들에게 10년뒤 아내가 자랑스러워하는 남편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면 모두가 공감한다”며 “아내가 외국인이라서 다른 게 아니라 나이나 결혼 과정 등을 볼 때 배려해야 할 것이 더 많은 법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남편과 시어머니 등과의 관계, 한국 생활에 있어 생기는 고민을 들어주고 문화적 차이를 설명해 주는 등 결혼이민자들에게 멀리 이국땅에 있는 친정어머니가 해주지 못한 역할까지 도맡는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김씨는 그동안 아동양육지도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1주일 동안 자청해 출산도우미 역할을 했던 일을 꼽았다.

당시 김씨에게 방문교육지도 서비스를 받고 있던 베트남 여성을 출산 후 돌봐줄 이가 없어 군에서 실시하는 출산도우미 등을 알아봤지만 그마저도 지원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센터의 동의 아래 일주일 동안 김씨가 직접 도우미로 나서 병원 퇴원을 돕고 미역국도 끓여줬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식같은 결혼이민자를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길을 지나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소리만 듣고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맞출 정도로 다문화에 도가 텄다. 그는 간혹 외국인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실례라고 주의해야 한다고 일렀다.

요즘 그는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등을 보면 항상 뭔가 해주고 싶어 마음이 바쁘다.

이처럼 지금은 ‘다문화가정’과 관련있는 일이라면 열 일을 다 제쳐두는 열성적인 방문교육지도사지만 김씨가 이 길로 들어선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김씨는 “예전에는 호스피스, 공부방 논술지도사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지만 솔직히 이런 일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아는 사람한테 이런 일이 있다는 말을 듣고 체계적인 활동이 가능할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는 처음 방문교육지도사로 활동해 결혼이민자들에게 도움을 준 것보다는 오히려 받은 것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교육지도사와 서비스 대상자로 만나는 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지역내 다문화가정을 위해 많이 베풀고 봉사하는 한 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나 남편, 자녀들은 모두 우리들의 남편이나 아내의 직장 동료이자, 내 아이의 친구이고 또 장차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이들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문교육지도사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김씨는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애정과 관심이 밑바탕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 등을 통해 경험을 쌓은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외국인들이 울산에서의 경험을 한국에서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테니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문화가정에 보내는 편지

아름다운 꽃이 된 그대들에게.

매섭고 긴 겨울이 지나면 멀리 남쪽에서 봄 소식이 오던 것처럼 당신들은 그렇게 이 땅에 봄꽃처럼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대들은 또 그런 봄꽃처럼 우리 맘을 설레게 합니다.

당신들은 농어촌, 도시 구석구석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꽃이세요? 또 어떤 열매를 꿈꾸고 계세요? 긴 여름 뜨거운 태양이 힘들고 고통스러우신가요, 참아내기가 힘이 드신가요.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가끔씩 내리는 소낙비에 땀을 식히시고 숨을 돌리며 참고 인내하십시오. 머지않아 시원하고 아름다운 가을이 올 것입니다. 그 때는 그들의 땀도 식고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풍성한 열매들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대들의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자녀들은 분명 이 나라가 소망하는 귀한 보배들입니다.

지금 아름다운 꽃이 된 그대들이여!

가을의 행복을 꿈꾸며 힘들지만 여름을 지나십시오. 여름이 지나면 반드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사랑합니다. 또 축복합니다. 힘내세요! 우리가 응원할께요! 아동양육지도사 김화숙.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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