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회의 다문화가정은 다정한 이웃] - (8)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

▲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 창립총회 때 일본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전통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주체가 된 민간단체 … 지난 17일 정식 발족

봉사단·자녀 공부방 등 인식 전환 위한 다양한 활동 준비

“일방적 도움보다 이웃처럼 배려하고 이해하는 자세 중요”

# 다문화가정, 뭉쳐보자!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회장 김영화)가 지난 17일 울산가족문화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협의회는 다문화가정이 주체가 된 민간단체로 국가별 자조모임 형태를 제외하고는 울산에서 최초나 다름없다. 협의회는 앞으로 다문화가정의 한국 생활 정착과 다양한 봉사활동 등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 창립은 작은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 중 다문화가정끼리 모여 정보를 주고 받고 친목을 다졌던 게 출발점이다.

▲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는 지난 12월27일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에서 다문화가정 바로 알기 운동을 벌였다.
김영화 회장은 “처음에는 봉사활동, 자녀학습지도, 바자회, 요리교실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친선모임의 성격을 많이 띄었는데 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내 더 많은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생겼다”며 협의회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소모임 참석자들이 지역내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한국 또는 울산에서 좀 더 오래 산 선배로서의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는 “다문화가정과 관심있는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단순히 친선단체로서 참가자만 늘어나는 양적 확대가 아니라 친선을 뛰어넘어 울산시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봉사단체로 거듭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지난해 6월부터 창립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17일 NGO단체 설립 관련 시의 승인을 얻어 정식 창립했다. 협의회는 사단법인 세계평화여성연합이라는 UN NGO 자문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다양한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협의회에는 약 130여명의 최정예 회원들이 각 구·군에 흩어져 각종 사업을 펼치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총 11개국의 다문화가정이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아직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도 있어 앞으로 회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관련 심포지엄, 등반대회, 바자회, 여름캠프, 전통문화 알리기, 체육대회, 워크숍, 다문화가정 한가족 행복 나눔 축제….

▲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 창립을 위한 예비 모임.

# 다문화가정, 날아보자!

협의회가 올 한해 펼치기로 정한 달별 주요 활동계획이다.

김 회장은 “일각에선 이제 막 창립한 단체가 너무 많은 사업에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내 다문화가정의 열의가 높고 나 또한 타 시도에서 각종 사업을 벌였던 경험이 있어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김 회장은 사단법인 세계평화여성연합 경북지부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경험을 갖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협의회는 조만간 울산 다문화가정(사랑의 천사)봉사단 발대식을 가질 계획이다. 약 60~70여명의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전기치료기 10대를 구입해 결혼이민자여성들에게 제공하고 앞으로는 쑥뜸도 배우도록 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울산지역 시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다문화가정이 가장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다문화가정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한국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며 “봉사활동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적 지원을 펼친 지역사회와 지역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협의회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공부방도 마련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이 맞벌이를 하거나 아니면 아직까지 한국말 등이 부족해 자녀를 공부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일본어, 한국어, 영어교실을 열고 숙제 지원 등 방과후 학습 지도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여성 중 색소폰이나 피아노 등을 가르칠 수 있는 이들을 적극 활용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제법 넓은 공간도 필요하고 방과후 학습 등을 실시한 뒤 자녀들을 집까지 바래다 줄 버스도 하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관련 시설을 완벽하게 다 갖추진 못했다”며 “하나씩 보완해 가고 있으니 조만간 각종 프로그램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실과 상담도 진행하고 고부갈등을 없애기 위해 한국인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를 대상으로 한 효행교실도 열 방침이다.

협의회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심포지엄과 워크숍 등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문화가정이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역 곳곳을 탐방하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또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등 국제적인 행사가 열릴 때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여성들이 통역 봉사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 다문화가정 이해하자!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경제적,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적인 관심이다.

김 회장은 “오래전 갓 아기를 낳은 필리핀 여성에게 3000원짜리 작은 화분을 사서 찾아간 적이 있는데 한참을 울었었다”며 “그 때 셋째를 낳았는데 이전까지 한번도 수고했다거나 고맙다는 따뜻한 말을 들어보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여성은 1년이 지난 뒤에도 김 회장이 선물한 화분을 기르고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이 체계를 갖춘 것은 다행이지만 일방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국인으로 보기 보다는 내 이웃으로, 돈과 같은 물질로 도와야한다고 생각하기 보다 마음으로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이 울산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협의회는 이제 막 결성됐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동시에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시민으로 자리 잡도록 돕기 위해 앞으로 많은 일을 해 나갈 것이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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