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다문화 가정, 그들의 고향을 알자 - 중국-
중국인들 구·군별 소모임 활성화
고부관계·임금 등 애로사항 나눠
여성의 사회활동 제한에 고민도

▲ 울산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한국 문화를 빨리 체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진은 태극 마크 옷을 입은 중국인들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독도는 우리땅 관련 캠페인에 참여한 모습.
중국의 북경, 상해 등 주요 도시는 2~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지리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관광, 교육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이미 많이 교류했고 관련 정보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친숙하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관심을 가져도 막상 주변에서 중국 출신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나 근로자를 보면 ‘외국인’이라는 생각에 입도 안 떨어지고 손도 굳어지기 마련이다.

또 막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생각이나 행동 등의 차이를 접했을 때 쉽게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울산 내 중국인 모임, 이제 시작

울산에는 각 구·군별로 중국인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결혼이민자도 많지만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인원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다.

지자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마련한 큰 행사가 아니면 몇 천명을 뛰어넘는 인원이 다 모일 수 있는 곳은 없다. 이 때문에 작은 소모임이 활성화 돼 있고 그 모임의 대표들이 따로 만나 중국인들의 결속을 다진다.

▲ 울산지역 중국인들은 숫자가 많아 한꺼번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각 구·군별로 모임을 갖거나 지자체나 시민사회단체 주최의 큰 행사가 있을 때 한데 모인다.
중구 중앙동 젊음의 거리 외국인 안내센터에서 중국어 통역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영씨는 구·군별 모임 대표들을 만나 여러가지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지역내 중국인들의 큰언니, 큰누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씨는 “울산지역 중국인들의 모임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각 구·군별로 이뤄진 중국인 모임 대표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지역내 중국인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모이는 이유 역시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이 고향인 이들과 다르지 않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서로 만나 한국 생활의 고민, 근로자의 경우 임금 등 문제이고 결혼이민자여성의 경우 부부나 고부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가운데 한국 생활을 한 지 조금 더 오래된 선배들이 조언을 해 주고 격려하는 식이다.

이씨는 “모든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어려움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특히 언어를 몰라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겪는 오해 등이 많아 언어 습득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씨는 직접 중국인들을 데리고 다니며 한국 문화와 전통을 볼 수 있는 전시회나 공연 등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이씨는 한국에 사는 만큼 그 나라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또 이씨는 중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몽골, 멕시코, 미국 등 다른 여러나라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주 마련한다.

그는 “출신국을 떠나 울산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모여서 정보나 고민을 나눈다”며 “이러한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돼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여자는 공주 대접 받아요!

중국은 여자들이 대접받는 나라다. 어렸을 때부터 공주처럼 자란 중국 여성이 한국에 와서 시집살이를 한다면 어떨까? 결혼이민자여성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씨는 “중국 여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귀하게 자라고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 또한 확고한 편”이라며 “한국에 오면 언어 등 극복해야 할 일이 많은데 사회활동 제한 등에 부딪치게 되면 그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56개의 크고 작은 민족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은 큰 테두리 안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민족마다 언어나 풍습 등 차이가 나는 것도 많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외국,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인 면이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태도가 나라별로 달라 많은 상처를 입는다고 전했다.

또 중국어에도 존대하는 표현이 있지만 형제, 자매들끼리는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요즘에는 형제, 자매들끼리 편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모님 세대에는 아직 존댓말을 쓰는 경우도 있어 중국에서 온 며느리나 사위들은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어떤 사업이라도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많다. 이에 익숙한 중국인들이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각종 민간단체의 지원이 정부에서 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가 중국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한국 음식에 대해 큰 반감은 없다. 다만 중국은 기름에 볶거나 튀겨 먹는 음식이 많아 한국의 찌개 음식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씨는 “오래 살아왔던 문화가 다르니까 거기서 오해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며 “다만 그런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 노력하면 다문화가정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는 업체에도 불협화음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민자가 말합니다

국적이나 인종 달라도 상관없이

의사소통·고민 해결 발벗고 나서

울산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워 봅시다. 많이 들어주는 일, 다문화가정의 다정한 이웃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1)이철영 중국어 통역 도우미

중구 중앙동 젊음의 거리 외국인 안내센터

중앙동 젊음의 거리 외국인 안내센터에 있다보면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한 많은 외국인들을 만납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든지 어떤 피부색이든지 상관없습니다. 가족이 생각나거나 형제가 그리울 때 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생겨 통역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중앙동 젊음의 거리로 오세요. 든든한 가족과 형제가 되어 힘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의 이런 작은 노력이 한국 특히 울산에서 생활하는 많은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에게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또 관광객에게는 울산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는 계기가 되길 원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잘 사는 울산이 되길 바랍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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