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다문화가정, 그들의 고향을 알자! - 몽골
여성에 대한 인식 어느 곳보다 높은 편
세계 여성의 날엔 남편이 집안일 맡아
7월 축제기간 남녀 모두 전통놀이 즐겨

▲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몽골 자조모임은 서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몽골 전통춤을 연습하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위에 나무와 양털 등으로 만든 게르에서 잠을 잔 뒤 일어난다. 집 한 켠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모신 곳이 있다. 그 곳에 우유차(수테체) 한 잔을 놓고 인사를 드린다. 양고기로 만든 아침을 먹고 난 다음에는 말을 타고 드넓은 평야를 달린다.

3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김지영(27·엥흐토야)씨가 몽골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목민 또는 준유목민을 중심으로 설명한 몽골인들의 생활방식이다.

김씨는 울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정민자)에서 운영하는 몽골 결혼이민자여성 자조모임 일원으로 다문화강사로 활동하면서 이같은 몽골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몽골 결혼이민자여성 자조모임에서는 한국 생활 중 가질 수 있는 고민에 대해 나누고 조언하는 일 뿐만 아니라 각종 외국인 축제 등에서 선보이기 위한 몽골 전통춤을 연습하기도 한다.

또 자조모임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어 조금씩 돈을 모아뒀다가 장례식, 돌잔치 등에 부조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

▲ 몽골 전통집 ‘게르’ 모형. 몽골 자조모임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직접 만들었다.
김씨는 몽골과 한국은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특히 양국 모두 4계절이 뚜렷한 점이 비슷하지만 몽골의 여름은 한국보다 시원하고 겨울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훨씬 더 춥다고 설명했다.

몽골 중에서도 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도시의 경우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도 방영되는 등 전통과 현대가 잘 접목돼 있다.

김씨는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모래시계나 가을동화 같은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해 한류 열풍(?)이 몽골에서도 불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어느 정도 알고 있어도 실제 생활하다보면 소소한 문화적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몽골은 고기가 주식이다. 양고기와 소고기, 염소고기, 말고기 등 다양하다. 특히 말고기는 겨울에만 먹는다. 그리고 쌀을 먹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삼시 세끼 먹지는 않는다.

김씨는 “몽골은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고 야채 보다도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며 “한국은 김치 하나와 밥만 있으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처음에 적응하기가 조금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몽골에서는 우유차를 즐겨 마시는 데 우리나라 보리차처럼 부족한 물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몽골은 18세가 되면 뭐든지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한다. 그래서 남녀 할 것 없이 성인이 되면 독립심이 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간혹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 몽골 전통집 ‘게르’ 모형. 몽골 자조모임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직접 만들었다.
김씨는 “각자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주관이 뚜렷한 편이고 자기가 생각한 대로 하려는 경향이 많다”며 “처음 한국에 와서 남편이나 시부모님께 허락을 구하거나 말 하지 않고 놀러가서 혼나기도 하는데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고 말했다.

몽골 여성들은 결혼을 해도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아이를 낳으면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돌봐주는 것이 거의 당연시 된다. 고부간 갈등도 생길 수가 없다.

그런데 한국의 육아법 중 한 가지 김씨가 의아해 했던 것이 있다. 바로 갓난 아기나 어린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조금 자라면 그냥 깎아버리는 것이다.

김씨는 “몽골에서는 남자아이는 3, 5살때 여자아이는 2, 4살때가 됐을 때만 머리카락을 자르고 그 전에는 계속 길도록 둔다”며 “건강하게 잘 크라는 의미이고 자른 머리카락은 잘 보관했다가 아이가 자란 뒤에 선물로 준다”고 말했다.

또 몽골에서는 장인, 장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장인이나 장모랑 사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는데 몽골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같은 문화가 있다보니 여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 몽골에서 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은 거의 국경일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행사가 진행되는 한국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김씨는 “여성의 날이 되면 남편이 집안일도 다 알아서 해주고 여성은 무조건 쉰다”며 “젊은 연인의 경우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지내는 ‘제사’가 몽골에서는 없다.

김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밤에 제사를 지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몽골에서는 매년 챙기지 않고 3년, 5년, 7년이 지난 뒤에 아이들이 가축에게 음식을 많이 주도록 하는 등 좋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꼭 제삿날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무덤에 가서 술을 뿌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명절을 보내는 풍경도 조금 다르다. 음력 1월1일을 큰 명절로 여겨 온 가족이 모이고 나이 많은 어른에게 절 등 예를 갖춰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것은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만 몽골은 선물을 준다.

또 몽골에서는 새해에 부부끼리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이혼을 하거나 다른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다.

몽골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가 있는데 바로 매년 7월에 열리는 나담축제이다.

나담축제 기간이 되면 지역별로 씨름, 말타기, 활쏘기 등 경연을 벌여 전국적인 경기를 벌이고 1등에게는 푸짐한 상품을 준다. 이 축제 기간 중에는 모두가 일손을 잠시 놓고 전통놀이를 하면서 보낸다.

■결혼이민자가 말합니다 - (2)체렝르함씨(몽골 출신 결혼이민자여성)

▲ 체렝르함씨

한국에 적응하도록 베풀어준 관심 고마워

학교 생활 시작할 자녀에게도 많은 도움을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생활, 음식, 문화 등에 적응하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또 너무 많이 외롭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한국인들이 도움을 줬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피하거나 상대 안할 수도 있었지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사람으로 살게 될 우리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전 또 다시 외국엄마로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 엄마들보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요.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잘 배울 수 있도록 많은 이웃들이 도와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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