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다문화가정, 그들의 고향을 알자! - - 일본 -
집들이·명절이면 많은 양의 음식 장만
간단한 다과·담소 나누는 일본과 대조
여자들만 부엌일 하는 것 의아하기도

▲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울산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한 노인요양원을 찾아 말벗 등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습.
일본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 중 하나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일본은 비행기, 배를 타고 짧게는 한 시간 정도만 가면 바로 도착한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지만 일제강점기 등 아픈 과거가 있어서인지 정서적으로는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는 문화, 교육,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여러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인과 한국인이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특히 울산에도 일본이 고향인 결혼이민자여성이 많이 있다.

이들은 자조모임을 형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한국생활의 고민을 주고 받는 정도를 넘어서 일본의 전통춤 등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또 울산의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만 모르는 그들만의 문화와 습관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에서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인지 속속들이 살펴본다.

▲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
△정도 많고 양도 많은 한국!

일본이 고향인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울산다문화가정협의회 니시무라 노리미 수석 부회장 등 3~4명의 일본인 회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한국에 시집온 지 평균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 인지 이제는 한국생활이 너무 익숙해져 처음에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한국사람이 다 됐다.

니시무라 노리미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 여러 방면으로 교류도 많이 해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뭐든지 ‘빨리빨리’하는 한국 방식에 적응하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는 “택시도 버스도 빨리 달리고 일 하는 것도 빨리빨리 해야 해서 힘들었다”며 “빨리빨리 하는 게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 와서 처음 일본과 다르다고 느낀 문화”라고 말했다.

니시무라 노리미 부회장은 집들이를 할 때 또 한 번 놀랐다.

일본에서도 집들이를 하지만 간단한 다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이고 여러번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시댁 식구, 남편 친구들, 회사 사람들 등 집단별로 한 번씩 집들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니시무라 노리미 부회장은 “지금이야 한국에서도 간단하게 하거나 건너 뛰는 경우도 많지만 예전에 한국에 처음 와서 몇 번씩 집들이를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손님들을 위해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음식을 장만하니 간단하게 집들이를 했던 일본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마에다 아키꼬씨는 한국의 집들이 문화 중에서도 손님들이 가지고 오는 선물이 신기했다고 한다.

그는 “집들이에 온 손님들이 선물을 가져왔는데 일본에서는 따로 선물같은 걸 주지 않아서 신기했다. 특히 휴지나 세제 등 생활필수품을 선물로 받아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또 마에다 아키꼬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명절때 온 집안 식구들이 모였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는 “일본에서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만 한국처럼 몇 시간씩 이동하거나 온 친척들이 다 모이진 않는다”며 “시댁에서 세배를 하는데 시아버지의 형제, 4촌과 5촌, 손자 등이 다 모이니까 70여명이나 되서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확실히 한국과 일본이 명절을 보내는 모습과 분위기가 다른 것이다.

또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차리는 일을 여자들만 해서 더 놀랐다고 한다.

마에다 아키꼬씨는 “일본에서는 남자와 여자들이 같이 일하고 명절 때도 가족들이 모여 비교적 간단하게 지내는 편”이라며 “한국에서는 명절때마다 여자들만 부엌에서 일해서 처음에 의아하게 생각했고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노리미 부회장은 음식을 차리는 양이나 거기에 쏟는 시간이 많은 것이 모두 한국이 유독 정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인 것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음식 가짓수와 양도 적은 편인데 한국은 식당에서도 그렇고 평소에도 상차림이 푸짐한 편”이라며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는 특별한 날이면 2~3일 전부터 많은 음식들을 정성들여 준비하는 데 이 모든 것이 한국은 정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은 조금 개인적인 면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고 모르는 사람에게 뭐라고 하는 경우도 드물다.

마에다 아키꼬씨는 “길을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갈 때 모르는 어른이 아이가 춥다거나, 어떻게 해야지 라면서 말할 때 조금 놀랐다.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일본이 고향인 결혼이민자여성들은 가끔 종군위안부나 일제강점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마에다 아키꼬씨는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명절날 다같이 모여 TV를 보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관련 프로그램이 나온 적 있다”며 “그 때 한 어른이 내 생각을 물은 적이 있었다. 마음이 많이 아프고 죄송했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에게 과거 역사 이야기를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들이 많이 안타까워 하고 또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미안해 하는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결혼이민자가 말합니다

(3)호리구찌 메구미(44)씨 -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여성

한국은 ‘제2의 고향’ 이젠 이웃도 가족같아

다문화가정 자녀들 내 아이처럼 여겨줬으면

한국에 시집와 살면서 일본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한국에서 산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 중 한·일전이 열리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일본도 잘 했으면 좋겠고 한국도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전 일본이 고향인 결혼이민자여성입니다.

아직 호리구찌 메구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오랜 세월 한국인 며느리, 아내, 엄마로 산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 울산은 저에게 제2의 고향입니다.

일본에서는 겨울에도 아이들에게 반바지를 입힙니다.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입니다. 한국에 시집와 첫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를 너무 춥게 키운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긴 옷을 입히고 따뜻하게 하는 한국식이 익숙지 않았지만 이젠 겨울에 반바지를 입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나의 친정 식구들처럼 대합니다. 어른들은 공경하고 이웃들에게도 형제, 자매처럼 살갑게 대할 것입니다.

그러니 많은 한국사람들도 우리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아들, 딸로 여겨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이 가르쳐주고 도와주십시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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