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원천, 열정이 용솟음친다
지금의 울산은 이러한 물 때문에 형성됐다. 옛날부터 울산 사람들은 태화강에서 가장 소중한 마실 물을 얻었다. 그리고 배를 채울 고기를 얻었고, 가뭄에 농사 지을 농업용수를 얻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을 공업지구로 선포한 이후에는 기계를 돌리는 공업용수를 얻었다. 선사시대 울산사람들은 태화강에서 포경선을 타고 떠나면서 고래의 꿈을 꾸었다.
그런 울산의 태화강에서 12일부터 물축제가 열린다.
물축제는 다른 도시에서도 더러 열리고 있지만 울산의 물축제는 울산시민들에게 눈물겨운 축제다. 처음부터 물이 맑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태화강은 지옥 끝에서 돌아온 강이다. 하늘에는 검은 연기가 해를 가리고 땅에서는 죽음의 검은 물길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던 80~90년대, 시민들은 지옥을 보았다. 강은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생명을 파멸시키는 파괴의 저승사자였다.
그런 태화강에 울산시와 100만 시민들은 십수년간 혼연일체가 돼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금 태화강은 연어가 헤엄치고, 백로가 훨훨 낙원을 이루며, 팔뚝 만한 잉어들이 공중곡예를 한다. 전국에서 태화강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던 강이 시민들의 태산같은 자부심이 됐다.
태화강은 울산의 혼이 흐르는 강이다. 전국에서 몰려온 내로라 하는 수영선수들이 ‘울산의 혼’에 몸을 던져 헤엄치고 있다. 어찌 눈물겹지 않은가.
물축제, 그 깊은 생명의 원천에서 울산이 요동친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