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나들이

산등성이 20여기 거대한 바람개비·대형 대게 모형 시선 압도
영양남씨 집성촌·평민장군 신돌석 생가·국내 최대 화석박물관
해맞이·삼사해상공원 등 산·바다·계곡 어우러져 한 폭 그림
울산에서 국도 7호선을 타고 경주와 포항을 거쳐 2시간여를 달리면 영덕이 나온다.

경보화석박물관과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영덕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강구항에 다다르면 집체만한 대게가 건물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시 대게의 고장이구나 싶다. 해안을 따라 곧바로 내달리면 금새 푸른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수십개의 대형 풍력발전기기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해맞이 공원과 신돌석장군유적지 등이 나들이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풍력발전단지·해맞이 공원

포항에서 7호선 국도를 따라 울진방향으로 10여분을 달리면 20여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기가 산 전체를 휘

▲ 창포말 조형등대.
감고 있다.

한쪽 날개 길이가 무려 41m에 이르는 높이 약 80m의 발전기들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산 위로 오르면 그 옛날 누구나 한번쯤 장난감으로 가져본 바람개비가 동심을 자극한다.

풍력발전기는 물론 홍보관도 설치돼 있어 아이들에게 과학체험 활동도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는 환경유해물질 배출로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져 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계절 바람이 많은 창포리 지역은 미래의 대체에너지사업인 풍력발전단지로 제격입니다.”

▲ 괴시전통마을.
어느 관광객의 말에 초등학생 아들은 조그마한 손으로 발전기를 하나 하나씩 세어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풍력발전기가 위치한 산 아래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의 간절곶과 같은 해맞이 공원이 우리를 반긴다. 53㎞ 청정해역이 펼쳐지는 강축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가족 나들이객들과 연인들이 부쩍 많았다.

야생꽃 2만3000포기, 꽃나무 900여그루, 1500여개의 나무계단이 해안도로와 바다까지 산책로를 이루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동해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데크에서 한장의 추억의 사진을 간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볼거리는 창포말 조형등대다.

대게의 고장답게 등대도 꽃게 모양으로 장식돼 보는 이들로부터 신비로움까지 더해 준다. 차창 너머 출렁거

▲ 신재생에너지전시관.
리는 파도와 청명한 가을하늘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여유가 있다면 이왕 영덕에 온김에 종합유원지인 삼사해상공원도 잠시의 휴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9m 높이의 인공폭포를 비롯해 20m의 천연 공작매화석, 이북 5도민의 망향을 달래기 위해 1995년에 세워진 망향탑 등이 볼거리다.

◇과거로의 역사문화탐방

영덕의 북쪽인 영해면 소재지에서 동북으로 1㎞정도를 달리면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의 탄생지이자 조선시대 전통가옥들로 고색창연한 영양 남씨 집성촌인 괴시전통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은 호지촌으로 불리다 현재 괴시마을로 고쳐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팔각산 추경.
마을 앞는 동해안의 3대 평야인 기름진 영해평야가 펼쳐져 있고 남동쪽의 망일봉에서 뻗어 내려오는 산세가 마을을 입(入)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 괴시전통은 조선후기 영남지역 사대부들의 주택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문화와 예술이 훌륭하게 전승되고 있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차를 다시 영덕읍 방향으로 돌려 7호선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평민장군’인 신돌석 장군의 생가와 유적지가 나온다. 기념관 안에는 일제의 침략 만행과 의병활동, 항일운동, 신돌석의 태백산전투 등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포항시 방향으로 좀더 내려가면 국내 최초의 화석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세계 20여개국에서 모은 2000여점의 화석이 시대별, 지역별, 분류별 특징에 따라 전시돼 있다.

실내전시관과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야외전시관으로 구성돼 있고 표준화석, 환경을 지시하는 시상화석, 기타 분류별 다양한 화석을 살펴보며 생물사와 지구사를 고루 배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화석박물관이다.

동해바다와 어우러진 장사·대진·고래불해수욕장과 옥같이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흰 물보라를 이루며 돌아가는 풍경이 일품인 옥계계곡도 또 다른 재미를 더해 준다.

강구항 영덕대게 정보화마을, 대게원조마을 등에 즐비하게 늘어선 대게 판매장에 들러 여행의 피로를 풀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여행을 함께한 김은정(36·범서읍)씨는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동해안 바다 풍경과 산과 계곡까지 합쳐져 그야말로 알찬 여행으로 부족함이 없었다”며 “아이들도 현장학습을 겸한 추억여행으로 다가와 즐거움이 두배가 됐다”고 즐거워 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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