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저출산의 다양한 원인들

국민 절반 이상 “아이 여러명 낳고 싶지만 육아비용 부담 느껴”
직장여성은 취업 중단 인한 소득손실 등 고려 자녀 출산 기피
중산층 양육비 감당 못해 2명 이상 출산 포기 평균 1.54명 그쳐

최근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녀를 출산한 뒤 양육하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날이갈수록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이 같은 출산기피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양육비 부담 어떤 수준?

한국사회보건연구원 박세경 책임연구원은 ‘저출산 시대의 자녀양육비 부담과 정책과제’ 발표자료를 통해 자녀 출산에 따르는 비용부담과 자녀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치의 불투명성, 직업·소득·주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전략의 일환으로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녀양육비는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모든 자녀 관련 비용을 말하며, 자녀의 출생과 함께 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식비, 의복비, 보육·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등 자녀와 관련된 일체의 직접적인 비용과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부모의 시간이나 정신적·육체적 노동과 같은 비물질적 비용, 자녀를 돌보기 위해 취업을 중단한 경우 부모의 소득손실분과 기회비용 등 간접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자료를 분석한 기간이 현재와 차이가 있지만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자녀양육비 부담의 수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03년 자녀양육 및 비용부담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김승권의 연구 결과(2003)에 따르면 전체 가구소비규모 중에서 자녀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 자녀의 경우 42.2%, 두 자녀인 경우 60.7%, 세 자녀의 경우 6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06년 전국 6787가구에 사는 18세 미만(대학생 및 재수생은 20세 미만) 1만1816명을 대상으로 가족 보건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아이를 낳아 대학을 마칠때까지 들어가는 양육비는 2억3199만6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 대비 자녀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6.4%로 조사됐고, 가구 소비 지출 중 자녀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6%로 집계됐다.

이밖에 조사 가구의 월 평균 자녀양육비는 158만5000원, 자녀 1인당 월 평균 양육비는 86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울산시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울산시민 생활수준 및 의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69.8%가 자녀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 과중을 가장 큰 저출산 원인이라고 답했고, 양육비에 포함되는 가구 당 월 평균 교육비로 30만~70만원 이상 지출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5.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육비 부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의 주요정책에 대한 대 국민 정책체감도와 우선순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이 결혼(88.6%)과 자녀(93.1%)가 본인의 인생에 필요하다고 인식했으며, 1명 보다는 여러명의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절반이상(59.6%)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자녀양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출산 원인에 대해 자녀교육 문제

다음으로 많은 응답자가 어려운 경제에 따른 양육비 부담을 꼽았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여성 포털 이지데이의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여성이 자녀를 더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8%가 ‘양육비용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산층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9년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잘 키우려는 욕구가 강한 중산층에서도 양육비 부담 때문에 2명 이상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월 평균 소득이 345만원(3인 가족 기준)인 경우 평균 출생아 수가 1.54명으로, 20~44세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인 1.66명 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이밖에 복지부의 또다른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중 8.2%가 자녀가 필요 없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양육비를 포함한 경제적인 부담(36%)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양육비 부담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일본 성인 43%가 결혼해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응답을 했는데, 2년 전보다 그 비율이 6%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 조사결과 응답자의 63%가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응답을 했으며, 자녀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춘해보건대학 정은이 교수는 “분유값과 기저귀값에서부터 보육시설 학비, 대학등록금 등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 자녀양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지연하거나 기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출산관련 비용 및 양육비에 대한 세금공제 확대와 더불어 혼인경비에 대한 세제지원, 자녀양육 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현금지원방안 등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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