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저출산의 다양한 원인들 - 5.불임.자연유산 증가

2008년 불임치료 환자 수 2004년 대비 28% 늘어 19만명 달해
젊은층 기혼여성 불임비율 13.5% 7쌍 중 1쌍은 아이 못가져
임신부 5명 중 1명 자연유산 … 인구 성장 위협 요인으로 작용
▲ 남구 한 여성전문병원에서 열린 임산부의 날 행사에 참가한 예비 엄마, 아빠들이 태교 댄스를 배우고 있다. 그러나 젊은 부부 7쌍 중 1쌍은 이같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최근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3곳을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정부도 저출산 현상 극복 등을 위해 불법 낙태 근절을 위한 갖가지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소위 ‘낙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에서는 구체적 대책 없이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만 한다면 이는 더 큰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율권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不姙), 난임(難姙) 부부의 숫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 대책이 없어 심각한 문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불임 부부’의 증가세는 곧바로 저출산 현상의 한 원인으로 이어지고 있고 자연유산 또한 저출산 현상에 한 몫하고 있다.

◇불임부부 증가
직장인 이모(여·33)씨는 2년간 이어오던 불임치료를 중단했다.

체외수정 시술을 위해 한 달에 10번 이상 병원을 드나들다보니 직장상사와 동료의 눈초리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모(여·35)씨는 3년 전 불임 진단을 받았다.

3~4개월에 한 번씩 체외수정 시술을 받고 있지만 매번 실패할 때마다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친구들과 동서들의 임신 소식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날도 많지만, 눈물은 사랑스런 아기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30% 이하로 정부지원 기준에 해당돼 시술비의 50% 가량인 150만원을 3차례 지원받았지만 총 8차례 실패 끝에 남은 것은 대출금밖에 없다.

최씨는 “결혼 6년 만에 아이 갖기를 시도했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갖지 못하고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며 “아이를 갖는데 이렇게 많은 비용이 필요한지 몰랐다”며 하소연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정모(여·36)씨는 불임 진단을 받았지만 불임 시술은 엄두도 못낸다.

정부에서 인공수정 시술비 270만원을 3차례 지원해주지만, 남편이 벌어오는 150만원 안팎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아이갖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3차례 도전 끝에 임신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결국 불임 치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처 수준의 출산율 이면에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불임 및 난임부부들의 문제가 깔려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불임 관련 치료를 받은 환자는 19만명으로 2004년에 비해 28%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임신이 쉽다는 20~30대 젊은층이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소남(한나라당) 의원이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불임환자 현황’에서도 불임환자는 2006년 16만7733명에서 2007년 19만2324명, 2008년 19만236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 또한 젊은층 기혼여성의 불임비율이 13.5% 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젊은 부부 7쌍 중 1쌍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젊은층 불임이 증가하는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흡연과 음주,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스트레스, 오랜 컴퓨터 작업으로 인한 남성 정자 수 감소 등으로 추정된다”며 “난임부부의 상당수는 시험관 시술 등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만큼 불임치료에 대한 지원범위를 넓혀 치료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유산도 저출산 원인
지난달 15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신상진 의원(한나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자연유산율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임신부 5명 중 1명이 자연유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자연유산율은 2006년 20.2%에서 2007년 19.6%로 다소 감소하다 2008년에는 20.1%로 다시 상승했다.

연령별 자연유산율은 40대 이상 고령 임산부가 57.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19세 이하가 40.5%, 30대 19.1%, 20대 18.1%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연유산 증가는 여성들의 건강 수준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특히 출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임산부의 유산율이 2007년에 비해 2008년도에 증가했다.

자연유산 경험은 추후 임신 및 출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 성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합계출산율과 자연유산율을 비교하면, 합계출산율이 증가하는 2007년도에는 자연유산율이 0.6%P 감소했다. 반면 합계출산율이 감소한 2008년도에는 자연유산율이 0.5%P 증가했다.

신상진 의원은 “자연유산의 증가는 자칫 저출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임산부에 대한 체계적인 건강관리 방안과 함께 자연유산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역에 대해선 원인 분석을 통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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