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관계자들이 본 홀몸노인 문제와 해결방안

▲ 지난달 동구청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노인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지역 홀몸노인 2만명 시대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지역 65세 이상 노인 7만6800명 가운데 20%가 홀몸노인이며, 이들의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은 홀몸노인을 사회 저소득층으로 분류하고, 지역 사회복지단체 또는 요양원 등과 같은 시설과 연계해 이들을 돌보고 있다.

홀몸노인들의 이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가족형태의 변화 즉 핵가족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증가로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홀몸노인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인들의 의식 변화도 홀몸노인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일자리에서 물러난 노인들은 자녀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거나 가족들에게 개인의 삶을 침해받고 싶지 않아서 홀몸을 택하게 된다. 또 젊은 세대들은 부모를 반드시 모셔야 한다는 의무감이 옅어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이밖에 젊은 날 배우자와의 이혼 또는 사별도 홀몸노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홀몸노인들의 가장 큰 불안감은 사후에 대한 것이다. 혼자 살다 세상을 떠나면 장례를 누가 치러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래서 요양보호사의 주요 역할 3가지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게 지역주민 참여 유도자의 역할과 조력자 및 후견자의 역할을 들고 있다. 그 다음은 정보전달안내자의 역할이다.

9일에 만났던 울산지역 노인복지전문가들은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홀몸노인들은 다른 노인들보다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면서 “이들에 대한 이웃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①문현진 중구 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지역 홀몸노인가구들이 겪는 어려움은.

“홀몸노인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주로 외로움과 정보부족 등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홀몸노인들은 젊은 날 또는 은퇴 후 가족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몇십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외로이 살고 있다. 또 찾아오는 사람없이 오랫동안 홀로 생활한 탓에 자연스레 사회와 단절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홀로 생활해 이웃과 단절
사회활동 지원해 유대감 심어줘야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홀몸노인들의 경우, 주거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노인들 대 부분이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은 좁은 공간과 열악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위생상의 문제와, 방 값 등의 지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지역 사회복지사들에게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기초노령연금 등 지역사회의 지원에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홀몸노인의 증가에 따라 사회복지사는 어떤 역할을 맡는 지.

“사회복지사는 홀몸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노인들이 공공기관과 일반시민들의 사회적 연대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사회적 역할 기회를 제공해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심어줘야 한다. 또 경제활동 지원으로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경제활동 지원은 무엇인 지.

“지역 공공기관과 사회복지단체가 연계를 맺고 실시하는 노인일자리참여프로그램과 사회적기업 등이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공공기관과 함께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또 홀몸노인들의 경륜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 노인들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자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홀몸노인들의 지속적인 사회활동은 곧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예전에 봤던 건강보험공단 통계에서 일자리참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의료기관 이용률이 낮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사회 활동을 통해서 정서적·육체적 건강이 향상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홀몸노인의 사회활동은 곧 이들 개인의 정서적, 경제적 자립과 함께 이들의 생활지원에 드는 국가 및 공공기관의 사회복지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진정한 노인복지는 복지 대상자인 노인들의 정서적, 경제적 자립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②이수복 부모사랑울산요양보호사교육원장

-지역 노인요양시설을 찾는 홀몸노인들의 생활모습은 어떤지.

“울산지역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 가운데 홀몸노인비율은 약 70~80%로 파악된다. 노인들은 요양원에 입소할 때‘인생 다 살았다’는 좌절감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막상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다. 김모(71) 할아버지는 5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혼자 생활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누가 장례를 치러 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 할아버지는 최근 장기요양급여 2등급을 받고 지역 요양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일부 노인들은 독립된 공간이 없어 밤 늦은 시각 같은 공간을 쓰는 노인이 기침을 하면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고, 원하지 않는 요양원 프로그램에 참여해야한다는 불편함은 있다고 한다.”

외롭게 죽음 맞는 것 가장 두려워해
일상생활 안전·건강관리 도움 필요

-홀몸노인들이 요양시설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고독사’라고 본다. 홀몸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핵가족화와 부모부양의식의 약화로 부모자식 간의 왕래가 뜸한 것이 현실이다. 또 이웃과의 교류가 없을 경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망 후에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됐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응급 상황 시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밀 수 있고, 또래 노인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나누기 위해 요양원 등 시설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의 주요역할은.

“먼저 요양보호사는 가장 가까이에서 홀몸노인을 돌보기 때문에 노인과 이웃을 연결시켜야 한다. 요양보호사 다음으로 홀몸노인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이웃과의 교류는 홀몸노인의 안전에 필수적이다. 이웃의 관심은 홀몸노인들의 사회 안전망이며, 가족과 자녀들의 무관심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앞으로 요양보호사는 홀몸노인들의 위기상황에 대한 사후발견 및 조치보다는 사전예방 및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홀몸노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일상생활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조력자 또는 후견자 역할을 해야한다.” 글=윤수은기자 prsyun06@ksi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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