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노익장 과시하는 노인들 ­② 가르치며 즐거움 찾아

#최순요(70) 할머니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마다 지역 장애인들에게 민요를 가르치러 남구 신정4동 나사함주간보호센터로 간다. 최 할머니는 올해로 3년째 이곳 센터 장애인들과 민요로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고 있다. 할머니가 두드리는 흥겨운 장구 장단에 10여명의 장애인들은 민요 가사를 신나게 따라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최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배운 민요가 장애인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즐거움은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좋다”고 했다.

#임안현(69) 할머니는
남구 신정동 삼성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동화 할머니’로 통한다. 안 할머니는 노인일자리사업이 막 시작된 2004년도부터 7년간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이곳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선보이고 있다. 할머니는 동화구연에 앞서 아이들을 위한 손동작과 노래로 주의를 집중시킨 뒤, 직접 준비한 동물 인형을 움직여가며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안 할머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웃으며 수업을 하다보면 더 많이 웃게 돼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즐겁게 가르치며 보람과 성취감 만끽= 울산시노인복지관은 3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만60세이상의 노인들 가운데 가르치는 일을 원하는 이들에게 지역 교육기관과 관련시설을 소개해주는 ‘교육강사파견사업’을 하고 있다. 노인들이 강사로 나서는 분야는 주로 동화구연과 한자, 일본어

▲ ‘동화 할머니’로 불리는 임안현 할머니가 남구 신정동 삼성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 민요 등이다. 노인들은 일자리 사업 참여로 시간당 1만원, 월 최대 2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지난해 울산시노인복지관이 발표한 노인일자리사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강사로 나선 노인 105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강사로 참여한 어르신들의 92명(84.8%)이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표1 참조> 일자리 사업 현장에서 만난 최순요 할머니는 “많은 보수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시간만 된다면 장애인들에게 민요를 마음껏 가르치며,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임안현 할머니도 “안방을 벗어나 사회로 나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이고 곧 행복”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노인들은 일자리 사업으로 사회적 관계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노인복지관측은 “어르신들은 사업 기간이 끝난 뒤인 11월과 2월에도 교육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자신의 재능을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면서 “이는 일자리사업이 노인들의 사회참여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인 강사들에 대한 반응도 대체로 ‘만족’= 울산시노인복지관으로부터 강사를 소개받은 교육기관들은 노인 강사의 교육 내용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 노인복지관은

▲ 최순요 할머니가 나사함주간보호센터에서 전통민요를 가르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지난해 교육강사파견사업 수요기관 122곳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112곳(91.8%)이 노인 교사가 기관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파견 사업시 아동(장애인)들의 호응도가 높습니까?’란 물음에 107곳(87.7%)이 ‘그렇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표2 참조> 최 할머니가 나가는 나사함주간센터측은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장애인들이 유독 할머니의 민요수업에 열렬한 관심과 참여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대일 센터장은 “장애인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이곳 장애인들이 할머니의 수업이 있는 화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면서 “사업기간이 끝나도 센터에서 할머니에게 자체적으로 급여를 지급해, 최 할머니가 센터 장애인들과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할머니가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도 할머니와 오랫동안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삼성어린이집 강영순 주임교사는 “어린이집에 있는 젊은 보육교사들 못지 않게 할머니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기 좋다”면서 “할머니의 수업 덕분에,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세대 간의 벽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요·한자·동화구연 등 프로그램 다양
교육받는 아동·장애인들 호응도 높아
전문성 높여 지속적 노인 참여 유도를

◇전문성 강화로 지속적인 사회 참여 유도= 교육강사파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좀 더 계발해 오랫동안 사회활동을 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했던 노인 105명 가운데 47명(44%)은 사업의 개선 및 보충사항으로 분야별 전문교육 강화와 참고서 및 자료를 좀 더 지원해 줄 것을 원했다. 이 같은 점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던 기관 및 시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요기관 122곳 가운데 64곳(52.5%)이 교육강사파견사업의 개선 및 보충사항으로 노인들의 전문성 강화와 수요자(어린이 또는 장애인)들의 연령에 맞는 다양한 교재와 교구들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유애희 시 노인복지관 일자리사업 담당 사회복지사는 “노인들에게는 사회참여의 기회를, 교육시설과 기관들에는 다양한 교육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자리 사업은 서로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이들의 요구 및 건의사항을 반영해 파견 전후로 이뤄지는 노인들의 분야별 직무교육과 자조모임을 강화하고, 수요기관과는 문자나 이메일로 사업에 대한 정보교류 활성화와 기관 간담회를 상·하반기 2회로 나눠 진행해 일자리 사업에 대한 기관의 참여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노인강사 파견에 대한 노인들의 만족도 <표1>

내용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보람,
성취감
39명
(34.3%)
53명
(50.5%)
16명
(15.2%)
0명 0명
사회적
관계 개선
28명
(26.7%)
50명
(47.6%)
27명
(25.7%)
0명 0명

◇노인강사 파견에 대한 교육시설·기관 만족도 <표2>
문항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기관운영
도움 정도
58곳(47.5%) 54곳(44.3%) 9곳(7.4%) 1곳(0.8%) 0곳
아동(장애인)
호응도
64곳(52.5%) 43곳(35.2%) 14곳(11.5%) 1곳(0.8%) 0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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