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노익장 과시하는 노인들 - ④ 농·어촌 마을기업으로 일자리 만들어

#1 - 제전 재래식 짚불 곰장어식당

울산 북구 강동동 제전어촌마을은 100여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곳이다. 곰장어로 유명한 이곳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연령대는 평균 70세 정도. 마을 주민들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마을도 고령사회를 맞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하나 둘 씩 도시로 떠나고, 뱃사람들의 고기잡이도 줄어들어 마을의 경제는 점점 침체됐다. 마을 사람들은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보내는 용돈과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연금으로 생활한다. 그러나 점점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한 70대 노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았지만 10여전 모습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다”면서 “이제 다시 마을이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전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바다에서 많이 잡혔던 ‘곰장어’를 특성화하기로 했

▲ 울산시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된 북구 농소 한울타리 체험마을.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다. 또 마을 사람들이 곰장어를 활용해 함께 운영하는 식당에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과 도시인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기존 제전마을회관(연면적 132㎡, 지상 2층 규모)을 리모델링 해 전통 짚불 장어구이 식당으로 바꾸고, 주민들이 직접 잡거나 캔 장어 및 미역 등을 판매하는 등 마을 소득 향상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다.

마을 사람들은 올해 초, 북구청에 이런 내용을 담은 마을기업육성사업 신청서를 제출하고 지난 3월 말 북구청과 마을기업 육성 협약을 맺었다. 이병직 북구청 경제진흥과 일자리창출 담당은 “주민들이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드는 마을기업의 취지를 잘 살린 지역공동체로 제전마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을사람들이 운영할 식당의 이름은 ‘제전 재래식 짚불 곰장어 구이식당’. 마을회관은 8000만원(국·시비 5000만원, 마을부담 3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식당으로 리모델링 된다. 현재 마을회관은 식당으로 탈바꿈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6월 말께에는 리모델링 작업이 끝날 예정이다. 사업을 추진한 김명찬(57) 제전마을 어촌계장은 “마을기업의 취지를 살려 주민 5명(주방 2명, 홀서빙 3명)을 먼저 고용할 계획”이라며 “마을 청년회원들 또는 도시에 살고 있는 고향사람들을 대상으로 식당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식당 운영에 벌어들인 수익을 마을의 발전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나눔 활동에 쓰겠다고 전했다. 김명찬 계장은 “올해 말까지 영업이익 10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수익의 일부는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해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2 - 농소 한울타리 체험마을

지난 3월 중순에 울산시가 선정한 예비사회적기업인 북구 중산동 ‘농소한울타리 체험마을’. 매곡동에 살고 있는 김의표(65) 할아버지는 이곳에서의 활동으로 보람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규모 4000여㎡의 체

▲ 장어구이식당으로 리모델링 중인 제전 마을회관. 김경우기자
험마을에서 방문객들과 농촌체험학습을 위해 오는 아이들을 위해 소달구지를 몬다. 또 열대식물원과 과일원 등을 관리도 하고 있다. 고성택(53) 대표는 “아직 60세 이상 노인은 김 할아버지 한 분 뿐이지만, 정식 사회적 기업이 되면 김 할아버지와 같은 어르신 또는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일자리 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소 한울타리 체험마을은 지난 2월25일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농촌체험마을은 개장에 앞서 북구청과 소년소녀가장 및 장애인 등 저소득층에서 시설을 무료로 개방하고, 수익의 일정금액을 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환원 협약도 맺었다.

북구 강동동 제전마을…특산물 ‘곰장어’에서 사업 아이템 찾아
북구청과 협약 맺고 마을회관을 ‘재래식 짚불 구이식당’으로
농소 한울타리 체험마을…과일수확·달구지 체험 방문객 북적

농소2동 주민들 이외에 발길이 뜸했던 이곳은 어느 새 지역을 대표하는 농촌체험마을로 발돋움 하고 있다.

고 대표는 “아직 개장한 지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많은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하루에 100~2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체험학습을 하려고 방문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소 한울타리 체험마을의 활성화는 지역 소규모 농가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울타리 체험마을과 딸기밭 체험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농소1동 양지농원은 마을 노인 5명 등과 함께 6000㎡ 가까이 되는 딸기 및 토마토 등 과일 하우스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성욱(31) 양지농원 대표는 “중산동에 한울타리 농촌체험마을이 생긴 뒤, 우리 농장도 덩달아 많은 외지인들이 찾는 곳이 됐다”면서 “수익이 전보다 늘면 더 많은 어르신들과 지역 저소득층 주민들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인터뷰]“직접 잡아올린 곰장어로 재래식 구이 맛 보게될 것”

제전마을 김명찬 어촌계장

마을기업 통해 수익도 올리고
노인 고용 창출 '젊은 마을'로

“그 옛날 곰장어를 직접 잡아 요리하던 마을 어르신들의 손맛을 머지않아 보게 될 겁니다.”

4일 북구 강동 제전마을 김명찬(57·사진) 어촌계장은 누런 벽에 낡고 오래된 마을회관이 멋진 식당으로 바뀔 거라는 생각에 매일 이곳을 들러 리모델링 작업을 점검한다.

▲ 김명찬 어촌계장이 마을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강동 제전마을이 고향인 김 계장은 어릴 적 바닷가에서 부모님과 마을사람들이 곰장어를 잡고 사람들에게 파는 모습을 종종 지켜봤다.

“강동 앞바다에는 곰장어를 그물 가득 잡아서 돌아오는 뱃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 배가 들어오는 날에는 바닷가 주변이 곰장어를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죠.”

하지만 김 계장이 성인이 될 무렵,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떠나기 시작했다. 김 계장도 30여년 가까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귀금속 가게를 운영했고, 한 때는 일본으로 건너가 이민 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 계장이 고향 어촌 마을로 돌아온 것은 불과 6년 전의 일이다.

그는 2009년부터 어촌계장을 맡아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제전마을이 다시 젊은 마을로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계장은 마을 주민 전체 모임을 4차례 연 뒤, 제전마을회관을 마을기업인 ‘장어구이식당’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마을 기업으로 바꾸면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마을 전체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 노인들은 “젊은 사람이 참 부지런하고 열심히 한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며 김 계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계장은 앞으로 제전마을을 활성화 하는데 남은 삶을 바칠 계획이다. “장어구이식당이 마을 기업으로 자리잡게 되면, 낚시터를 운영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더욱 마을로 끌어모으고 싶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힘을 합쳐, 도시 못지 않은 젊은 마을을 만들겁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마을기업=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지역공동체의 각종 특화자원(향토·문화·자연자원 등)을 활용해 주민주도의 비즈니스로 안정적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지역형 사회적기업=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사회적 목적 실현과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등 사회적 기업의 대체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수익구조 등 관련법상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의 일부를 충족하기 못하고 있는 기업(조직)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우선 지정한 뒤 요건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향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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