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상처주는 자식, 멍드는 부모 - ② 은폐되는 노인학대 실태

“신고를 받고 달려가지만 사정도 못 듣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죠.”(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지만 이것이 해결까지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올해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지난 4월말까지 16건이다. 2010년 1년 동안에는 모두 44건의 학대신고가 접수됐다. 단순 비교에서도 10% 정도가 늘어났다. 또 올해 4월말까지 신고된 노인학대 행위자의 53%(9명)는 자녀들이었다. 이은주 전문기관 팀장은 “노인학대가 점차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이를 일찍 발견해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피해노인들이 학대행위자인 자녀들의 처벌을 원치 않아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해 노인 65.7% 학대에 무대응…사회적 문제로 인식 못해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 고발은 25% 그쳐…긴밀한 협조 필요
신고의무자 범위·피해자 보호 규정 강화된 노인법 개정 시급

◇피해노인들의 65.7%가 학대에 ‘무대응’=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0년 4월까지 1년 간 전국 노인 6745명과 일반 국민 2000명, 전문가 177명 등 모두 8922명을 대상으로 ‘전국노인학대 실태조사’를 벌

였다. 이 가운데 노인 6745명 중 13.8%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노인복지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노인학대(신체적·경제적·성적학대, 유기, 방임)를 경험한 노인은 5.1%로 조사됐다. 또 학대행위자의 71.9%가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사위 또는 며느리)로 집계됐다. 배우자(23.4%)까지 포함하면 직계가족에 의한 학대는 95.3%에 달한다.

특히, 피해노인들의 65.7%가 학대를 당한 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그래프 참조> 2.5%만이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피해노인들의 대부분이 노인학대를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가족)문제’로 받아들이는 있기 때문이다. 무대응 노인 가운데 42.5%가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한 점에서 알 수 있다. 또 자신이 학대당한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21.7%) 도움을 청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22%)래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무대응이 더욱 심한 학대로 이어져, 피해 상황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에서 ‘학대경험자의 50% 이상이 5년 이상 학대가 지속됐으며, 노인학대의 26%는 초기 발생 이후 학대 강도가 점차 강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또 신체적 학대의 경우 다른 학대 유형에 비해 학대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특성(38.9%)도 보이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전체의 25%에 불과= 전문기관측은 노인학대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주변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를 꼽는다.

최근 3년간 울산지역 노인학대 신고자 현황<표1 참조>에서 올해 16건의

노인학대 신고 건수 가운데 신고의무자의 신고건수는 25%(4건)밖에 되지 않았다. 신고의무자란 노인복지법 제39조6 제2항에 규정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표2 참조> 비신고의무자는 신고의무자를 제외한 사람들이다.

이은주 팀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조사한 신고자 현황에 의사 및 노인복지시설장과 같은 신고의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며 “신고의무자는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하는데 유리한 집단의 구성원인 동시에, 전문기관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노인학대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신고의무자 범위확대와 신고인의 보호 강화= 노인학대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적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학대피해노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4월7일에 임시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주요 개정내용은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와 신고인의 신원노출 금지의무 위반자에 대한 처벌규정 등 노인학대 신고를 활성화 하는데 필요한 사항이다. 개정안은 남은 절차를 거쳐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19구급대원과 건강가정지원센터장과 종사자, 장기요양기관 및 재가장기요양기관장과 종사자 등도 개정안에 따라 노인학대 신고의무자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보호 업무 방해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인의 신원노출 금지의무 위반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예정이다. 이은주 팀장은 “개정안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중앙과 지역으로 구분, 담당업무 규정 등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노인복지법 개정은 노인학대 신고를 활성화시키고 학대로부터 구제받는 노인들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팀장은 “이번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그동안 숨겨져오던 노인학대를 전문기관이 먼저 나서 사례를 공론화 해, 피해노인이 전문가의 도움의 손길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고인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신고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최근 3년간 울산 노인학대 신고자 현황 (표1)

구분 신고의무자 비신고의무자 합계
2011년(4월30일) 4명(25%) 12명(75%) 16명(100%)
2010년 10명(22.7%) 34명(77.3%) 44명(100%)
2009년 8명(30%) 18명(70%) 26명(100%)

◆현행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신고의무자 (표2)
1. 의료법 제3조제1항의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행하는 의료인
2. 노인복지시설의 장 및 그 종사자
3.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장애노인에 대한 상담·치료·훈련 또는 요양을 행하는 자
4. 가정폭력관련상담소의 상담원 및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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