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볼만한 곳

억새 일렁이는 신불산 평원 장관
간절곶서 가족애 키울 편지 한 통
울산의 상징 공단야경 불빛의 잔치
십리대밭 걸으며 음이온 세례 한몸에

올해 추석연휴는 예년 보다 짧아 고향에서 오래 머무를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추석 전에 이틀간의 여유가 있는만큼 고향산천을 한번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울산은 이제 외지에 있는 부모들과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울산으로 찾아오는 역귀성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1970~80년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석유화학단지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 온 근로자들이 이제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다. 연휴가 짧지만 울산을 찾는 이들을 안내해 울산의 유적지와 명소를 돌아본다면 그들에게는 분명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현대자동차 수출부두 야경.

11~12면에 걸쳐 산과 바다, 강, 그리고 박물관·문화시설 등을 소개한다.

◇신불산·간월산 억새평원 …작괘천·홍류폭포

하루쯤 작정하고 등산을 해볼 요량이라면 신불산과 간월산이 제격이다. 추석이 좀 이르긴 하지만 신불산과 간월산에는 벌써 억새물결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억새장관 뿐만 아니라 광활한 산정 평원은 그 동안 일터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하다.

▲ 간월산 홍류폭포.

신불산과 간월산을 포함한 10여개의 1000m급 봉우리들이 연이어 있는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차량을 갖고 가려면 울주군 언양읍 석남사를 지나 배내고개를 넘어 간월재로 가는 길을 택하면 된다. 배내고개에 올라서면 광활한 영남알프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간월재로 가는 길에서는 건너편 재약산의 산정을 감상할 수 있다.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있는 평원으로, 휴게소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다른 하나의 억새평원은 단조성으로, 신불산 정상과 영취산 정상 사이에 있다. 옛날 단조성이 있었던 곳이어서 아직도 돌무더기가 성터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 일대의 억새평원은 전국에서도 가장 넓은 곳이다. 바람이 평원을 가로지르며 불면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간다.

산행이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버겁게 느껴지면 간월산 입구의 작괘천(울주군 삼남면)과 홍류폭포까지만 다녀와도 상쾌한 산공기를 맛볼 수 있다. 작괘천은 계곡이 넓은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맑은 물이 암반 위로 흐를 때 군데 군데 패인 작은 웅덩이가 마치 술잔 같다 해서 이름붙여졌다. 계곡 중간에는 작천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추석명절 쯤에는 낮 기온도 적당하고, 하늘도 맑아 이 곳 암반에서 한나절을 보내기에 좋다.

▲ 작괘천과 작천정.

홍류폭포는 작괘천에서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다 간월산장에서 산길로 20여분 등산을 해야 한다. 등산길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도열해 자연스럽게 산림욕을 할 수 있다. 폭포에 도달하면 33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서늘한 바람을 내보낸다. 폭포 앞에 서면 옷깃이 바람에 날릴 정도로 시원한 느낌이 난다. 20여 분 등산에 폭포의 장쾌한 풍광을 감상하고 나오면 더 이상 스트레스는 없다.

◇간절곶…공단야경 및 석유화학단지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거나 회를 즐기는 가족이라면 간절곶(울주군 서생면)이 좋다. 대한민국 해안에서 가장 빨리 해가 떠오른다는 상징성을 가진 곳이니만큼 해뜨는 시각에 맞추어 도착해

▲ 선바위.
야 하므로 새벽에 움직여야 한다. 요즘 해뜨는 시각은 오전 6시경이다. 일출시각에 맞추지 못하더라도 곶이라는 특성 때문에 좌우로 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깨끗한 바다를 보는 것으로도 나쁘지 않다.

간절곶에는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도 있어 간절한 사연을 종이에 써서 보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간절곶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간절한 사연을 띄운 뒤 인근 횟집이나 카페에서 저녁식사를 한다면 그만한 나들이도 없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을 진하해수욕장에서 온산공단 쪽으로 잡으면 공단야경을 볼 수 있다. 때론 매캐한 공기가 괴롭히긴 하지만 차문을 닫고 바라봐도 공단야경은 쉽게 볼 수 없는 환상적 풍경임에 틀림없다. 공장의 구조물이 마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인다. 불빛의 바다는 밤새도록 꺼지지 않고 그대로 해가 뜨는 새벽까지 출렁거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신기루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울산시 전체 야경을 제대로 보려면 정자로 넘어가는 옛길이나 무룡산 중턱이 좋다. 무룡산에는 임도가 나 있기 때문에 야간에 차량을 이용해 오를 수 있다.

◇대왕암 송림…태화강 선바위 및 십리대밭

▲ 십리대숲.

하루를 비우기 어렵다면 낮시간동안 둘러볼만한 아름다운 곳으로는 대왕암공원을 꼽을 수 있다. 기암괴석으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암릉이 바다를 향해 손짓하고 바다는 육지의 깊은 곳으로 뚫고 들어와 용굴을 만들어 놓고 있다. 최근에는 산책로를 아슬아슬한 해안단애에 설치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바로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을 한바퀴 돌고나면 해안가 길을 따라 슬도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30분 가량 걸린다. 호젓한 해안길에 소나무와 작은 마을들이 번갈아 나타나 마치 제주의 올레길을 연상케 한다.

도심으로 들어오면 중구와 남구를 가로지르는 태화강대공원과 십리대밭을 빼놓을 수없다. 남구 태화호텔앞에서 진입해도 되고 중구 태화동에서 들어가도 된다. 중구 태화동에 최근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도 개장해 민물고기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아이들의 학습에도 좋다. 전남 담양의 대나무도 유명하지만 울산의 십리대숲은 이제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숲에 들어서면 푸른 대나무줄기 사이로 음이온이 서늘하게 퍼져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으므로 1시간여 할애해 산책을 하면 좋다. 온갖 꽃들도 피어 있고 6일 개장한 나비생태원에서 명주꼬리나비도 볼 수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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