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민간기관과 활발히 연계돼야

울산에 사는 몽골인 A씨(33)는 몸이 아픈 첫째 아이의 병원비가 걱정이다. 일용직을 하면서 버는 수입은 월 50만원. 하지만 이마저도 일정치 않다.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와 아이를 보며 힘을 얻고 있지만, 생계를 생각하면 늘 막막하다. 얼마전 입원 치료를 받은 첫째 아이의 병원비는 70만원. A씨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A씨에게 3인가구 기준 80만원의 생계비를 긴급 지원했다.

복지법인·민간단체 65곳·종합복지관 8곳
복지사각 소외계층 발굴 긴급지원 활동
작년 한해동안 278명 생계·의료비 지원
공동모금회·적십자사·사회복지협회 등도
집수리·구호물품 전달 등 사랑나눔 실천

◇민간후원 증가 중요성 부각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에 많은 민간기관과 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 적십자 봉사원들이 한 소외계층의 집을 방문해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제공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 후속조치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3669건, 민간후원 2296건, 지자체 지원 1205건, 긴급복지지원이 1012건, 사회서비스 208건, 기타 143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복지소외계층 조치현황 9820건 중 민간후원이 23%인 2296건을 차지한 것으로, 공공복지 뿐만아니라 민간자원의 연계도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발굴하는 데도 민간부문의 역할은 크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복지소외계층 및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사례 발굴 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모금 기관과 각 지역의 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지역사회보호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월드비전 등과 같은 곳에서 차상위계층과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긴급지원, 의료·생계비 지원, 물품 후원 등을 하고 있다.

또 울산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조만간 ‘좋은이웃들’이라는 민간연계조직을 운영해 복지 소외계층 발굴에 앞장설 계획이다.

▲ 적십자 봉사원들이 소외계층에게 나눠줄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쌀을 나르고 있다.

울산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자원과 민간부문의 사례발굴이 연계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좋은이웃들의 사업 시행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관들의 지원사업

울산지역의 복지관련 법인은 33곳, 비영리 민간단체는 32곳이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중구, 남구, 북구에 1곳, 동구에 2곳, 울주군에 3곳 등 총 8곳이 있다.

대표적인 민간 모금기관인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아진 성금으로 복지 소외계층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6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긴급지원사업을 벌였다.

긴급지원사업의 기본원칙은 ‘공공부조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대상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공동모금회는 생계비와 의료비, 재해재난구호사업비의 지원항목을 두고 최저생계비 150% 이내 계층에게 긴급지원을 실시했다. 2011년 한 해동안 총 278명이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받았다. 생계비는 1회 100만원 이내이며, 의료비는 1회 300만원 이내다.

공동모금회의 긴급지원 신청은 지역 내 56개 읍, 면, 동을 통해야한다. 대상자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은 안되며, 서류심사와 배분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에 최종 지원이 가능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의료와 생계, 주거, 소득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수급 혜택을 못받고 힘들게 지낸다거나, 감옥 출소 이후 임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경우 등 많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시지사는 ‘구호물품’을 통해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홀몸노인과 장애인, 청소년가장,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에, 1년에 6번씩 쌀과 라면, 부식세트, 전기매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적십자 봉사회와 행정기관의 추천을 받은 560가구가 선정되고 있다.

오는 18일에도 설 명절을 맞아 울산지역 56개 읍, 면, 동을 통해 추천받은 560가구에 총 2200만원 상당의 물품이 지원될 예정이다. 또 적십자 봉사회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집수리 봉사활동과 구호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다.

울산 전역에 있는 구·군 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지역사회보호사업’을 통해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들에게 각종 지원을 해주고 있다. 급식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 일상생활지원, 정서지원서비스 등을 펼치고 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꼭 필요한 물품 지원 항상 고민”
인터뷰 / 사회복지사 김순희씨
기초수급자·홀몸노인·한부모가정 등
200여명 맡아 결연 후원 등 도움 손길

“여보세요. 아버님 잘지내셨어요?”

사회복지사 김순희(33·사진)씨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전화걸기’다. 복지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지원 못지 않게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빚이 많은데다 아들을 잃고 상실에 빠져있는 50대 부부가 자신의 전화를 받으면 늘 울어버린다고 했다.

“더 자주 전화하지 못해 죄송하죠. 직접 찾아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 안타깝습니다”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사회보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씨는 혼자 200여명의 대상자를 맡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홀몸노인, 한부모가정, 장애인,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차상위계층 등의 사례를 관리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기에도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건물에서 생활하면서 씻고 먹는 것 자체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분도 많습니다”

김씨는 동구의 경우 화정동과 방어동 어촌마을, 동부동 판자촌 쪽에 사각지대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 살고 있는 곳이 재개발되면서 철거가 진행돼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고 했다.

복지관은 이들을 위해 현장확인과 욕구조사, 사례회의를 거쳐 의료, 난방유, 결연후원, 주거환경개선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있다. 김씨는 현장확인과 욕구조사에 투입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요즘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은 설 명절을 맞아 벌이고 있는 후원작업. 그는 “물품 하나를 후원하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 옳은 지, 조금은 덜 좋은 물품을 많은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것이 옳은 지 고민”이라며 “앞으로 웃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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