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득운 성신고 교사
중국 속담 가운데 ‘선도미후지미(先掉尾後知味)’란 말이 있다. 개도 음식을 먹기 전에 꼬리를 먼저 흔든다는 뜻으로,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꼬리를 많이 흔들면 먹이를 많이 얻을 수 있듯, 준비가 치밀할수록 목표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치밀한 준비란 그것을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과 동의어이다.

우리의 삶 중에 치밀한 준비를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것이 아마도 시간 관리일 것이다. 시간 관리란 ‘시간에 대한 나의 태도’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은 임의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기에 관리를 통해 어떤 결과치에 대한 효율성과 실천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짧게는 어떻게 한 학기를 보낼 것인가에서, 길게는 내 인생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시간 관리에도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전략이 필요하다.

얼마 전 신입생 예비학교 프로그램에서 ‘선배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졸업생들의 한결 같은 얘기는 ‘시간 관리에서 실패하면 고등학교 생활은 실패한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은 고등학교 시절 교복 주머니에 작은 수첩을 항상 넣어 다니며 그날 할 일을 수첩에 기록하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안배하는 방법을 익혀 공부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아껴 쓰지 않는 사람에게 시간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먼저 시간 관리는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향을 확실하게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목표와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시간을 잘 관리하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가는 것과 같다. 자신의 장래 희망을 목표로 크게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위해 한 해 동안 해야 할 일과 월간, 주간, 일일 계획 등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목표는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능력치를 뛰어넘는 과도한 목표를 세우다 보면 첫걸음부터 실패를 맛보고 좌절하게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목표가 분명해졌다면 눈길이 닿는 곳곳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귀들을 붙여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적절한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 의무적으로 그렸던 일일 생활 계획표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미니 달력 혹은 다이어리,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계획표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성적 하락의 주된 원인이 자기관리 소홀이기 때문에 ‘시간도둑’을 잡기 위해서는 일일 생활 계획표만큼 좋은 것이 없다. 간혹 목표치만큼 공부를 하지 못한 날에는 왜 그랬는지 이유까지 꼼꼼하게 적어놓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을 명확하게 나누는 습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1시간을 공부하게 되면 학습능률이 30%가량 떨어져 1시간을 공부했지만 실제로는 40분가량의 공부 효과밖에 얻지 못한다. 이럴 때는 차라리 40분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20분 간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뿐만 아니라 다음 학습을 위한 준비 시간을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똑같이 6시간의 수면을 취하더라도 새벽 2시에 자고 오전 8시에 일어나는 것이 밤 11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났을 때보다 2배 이상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생들은 야행성 습관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낮 시간 학습 집중도를 높여 짧은 시간 투자로도 목표한 학습량을 달성할 수 있다. 개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자원 중 시간만이 인간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유일한 것일지 모른다. 따라서 이 자원을 잘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자원들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손득운 성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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