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체육공원 표류

구(舊)구영 ‘운동장’ - 신(新)구영 ‘실내시설’로 팽팽

울주군 ‘자율합의 우선’… 올해 실시설계 용역엔 착수

▲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구영체육공원 부지가 지역주민들간 의견 차이로 몇년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김동수기자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체육공원이 주민들간 ‘운동장이냐, 실내체육시설이냐’를 놓고 양편으로 갈려 표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부지까지 확보된 사업이 약 2년 동안이나 추진이 전면중단됐으며 관할 울주군은 ‘주민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세우며 뒷짐만 지고 있다.

◇‘지역 대표하는 운동장’ VS ‘소음 없는 실내체육시설’= 구영체육공원은 지난 2007년 LH공사가 구영토지구획정리사업 완료와 함께 83억원을 지원키로 하면서 본격화됐다. 체육공원 입지를 둘러싼 주민 이견으로 약 2년간 논란이 계속되다가, 결국 최근 몇년간 신축된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구영리 210-1 일원 2만6143㎡가 낙점됐다. 2010년에는 기존 학교부지가 체육시설로 전환됐으며, 울주군과 LH공사의 토지매매 계약도 체결됐다.

문제는 이 땅에 ‘무엇’을 지을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 구영리 주민들은 조속한 사업 추진은 원하면서도, 체육공원에 들어설 구체적인 시설을 놓고는 뚜렷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공원 부지와 비교적 거리가 먼 지역, 이른바 ‘구(舊)구영’ 주민들은 지역을 대표할 만한 운동장을 원하고 있다.

구영지역이 최근 몇년간 급속히 팽창한 반면,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일만 한 변변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민 행사 개최나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반대로 공원 부지와 인접한 ‘신(新)구영’ 주민들은 수영장 등을 포함하는 실내체육시설을 바란다. 주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은 운동장이 생길 경우 극심한 소음피해를 우려한다. 또 천편일률적인 운동장보다는 다양한 실내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더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치단체가 전면에 나서야”= 범서읍사무소는 31일 신·구지역 대표와 체육회 관계자, 이장 등 주민대표 2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의견차를 좁혀보자는 시도다. 울주군도 올해 체육공원 실시설계 용역비 2억2500만원을 확보해 둔 상태다. 올해는 어느 쪽이든 결정을 내리고, 설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연내 실시설계 착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대립이 워낙 첨예하다보니, 주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울주군이 어느 한쪽으로 입장을 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울주군이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울주군은 “‘주민의 자율 합의가 우선’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갈등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주민 김모(40)씨는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려도 반대는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갈등을 키울 게 아니라, 울주군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반대 주민을 설득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민에게 맡기는 방법 외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든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