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비평문화, 이대론 안된다](하)지역 문화예술계, 어떤 대안 갖고있나

울산예총, 비평문화 활성화

문예작품 공모에 평론 추가

지역 예술현장 리뷰도 확대

울산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크고 작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비평문화 활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쉼없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같은 울타리에서 늘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는 하나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창작물을 평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쓴소리는 칭찬보다 어렵다.

쓴소리를 하려면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선 충분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며 지식이 충분치 않으면 건설적 비판이 아닌 비난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뒷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진정한 쓴소리꾼이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남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얘기가 될 것이고, 이래저래 타인을 향한 비평의 화살이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적을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현실은 그만큼 비평문화의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근거가 타당할 지라도 비판적인 주장은 되도록 ‘내’가 아닌 ‘남’의 입을 통해 시작되길 원하지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지 않게 된다.

지역 문화예술단체 수장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우선되어야 하고, 열악한 구조 속에서도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예술가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듬을 수 있는 지역성도 가미되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문화 비평의 독자성을 지역 예술계가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분옥 울산예총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공약이 바로 지역 비평문화의 활성화였다”면서 “공모전 형식을 실시해 지역에 부족한 비평가를 배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해마다 한차례씩 개최되는 연간사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사업비 마련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울산예총은 지난달 30일 시상식을 치렀던 제1회 전국 문예작품 공모전을 올해부터는 기존의 문학장르만으로 진행하지 않고 평론 분야까지 확대 추진하여 수상자에게는 비평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울산예총이 발간하는 계간 <울산예술>을 통해 음악, 미술, 국악, 무용, 연극, 문학, 사진 등 총 7개 장르에 대한 지역예술시평을 싣는 한편 지역예술현장의 리뷰 또한 확대편집해 나갈 계획이다.

미학 관련 대학원 과정을 밟고있는 이강민 울산민예총 회장은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예술인과 더불어 예술행정, 전문기획, 미학과 예술철학 등을 공부한 새로운 인력들이 지역 예술계의 한 축을 형성해 나가는 중”이라며 “개별 활동이나 학업에만 충실했던 이들 인력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비평문화의 싹을 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고 작은 비평모임과 스터디그룹, 공론의 장이 의도적으로라도 지속된다면 향후 어느 시점부터는 예술비평은 물론 문화행정의 지향점 등 다각적인 면에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곽영화 울산공공미술연구소 소장은 “부산과 대구 등 타 도시의 비평가 그룹은 해당 도시의 예술대학과 연계하여 운영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면서 “예술비평은 현장활동성도 중요하지만 예술사와 전문행정 등 전문역량을 갖추어야 할 영역으로 울산대 예술대학과 유니스트 기초공학부 등 지역 대학과 지역 문화예술계가 연계를 모색하여 인력과 정보를 교류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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