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도훈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지난해 11월 그리스 실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실업률 20%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한달 전보다 16만4000명의 실업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하니, 그리스의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경제위기는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과연 어떠한 경로를 통해 그 영향이 파급되는 것일까?

먼저 경기위기는 노동시장의 수요자인 기업들의 수익성을 저하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고용시장 상황을 악화시켜 실업자수를 증가시키고 실업률을 높이게 된다. 즉, 기업들이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과 신규 인력채용을 지연하면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이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경기적 실업만을 야기해 자연실업률(정부의 안정화정책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구조적 실업률)의 변화 없이 단기 실업률만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위기의 충격이 장기적인 경우에는 노동시장의 구조에 영향을 주어 자연실업률 자체가 상승하는 실업의 이력현상(hysteresis)이 발생하게 된다.

‘이력현상’이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낮아지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정착되는 현상이다. 노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3가지로 해석한다. 불황 시 해고된 사람들은 유용한 기술들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해 생산성이 저하되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 효과로 실업이 장기화될 수 있고,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구직행위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실망실업자로 전락하며. 실직된 사람들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없어 고용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경제활동참가율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 상반된 효과들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즉, 실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가 가계의 다른 구성원으로 하여금 노동시장에 참여할 유인을 높인다는 ‘부가노동자 효과’와 높은 실업률로 인해 구직행위 자체를 포기하는 ‘실망실업자 효과’가 함께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키는 부가노동자 효과는 소득원이 하나인 가계에 국한되는데 반해,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키는 실망실업자 효과는 경제 내 모든 가계에서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경제위기로 인해 취업 자체를 포기한 실망실업자들은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아 실업률(=실업자수/경제활동인구)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동시장의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실업률 뿐 아니라 그 구성요소인 실업자수와 경제활동인구의 변화와 세부내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편도훈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