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내하청은 파견” 파장과 전망

대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판결함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물론 사내하청 근로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 사업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자동차·조선·철강 등 대기업 사업장내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정규직 전환 집단소송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송 당사자격인 현대자동차는 물론 재계는 노사관계 악화와 글로벌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며 고심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내하청, 전체 근로자의 ¼…300인 이상 사업장 41% 차지
현대차 공장별 구성비, 울산 24%·전주 25%·아산 34% 달해
노동계 ‘전원 정규직화’ 압박…재계 ‘세계 경쟁력 약화’ 우려

◇재계 긴장…집단소송에 막대한 영향= 현대차는 이번 판결이 최씨에 한정된 것이란 입장이지만 전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노동계 주장에 신경을 세우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1939곳을 조사한 결과 41.2%에서 사내하청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하청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4.6%인 32만6000명에 달한다.

사내하청 근로자 비율은 조선 61.3%, 철강 43.7%, 화학 28.8%, 기계·금속 19.7%, 자동차 16.3% 순이다. 이번 판결의 당사자격인 현대차의 경우 사내하청 비율이 울산공장 23.5%, 전주공장 25.1%, 아산공장 34%에 이른다.

▲ 전국금속노조원들이 23일 대법원 앞에서 자동차업계의 사내하청은 비정규직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적으로 법원 판단을 구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재계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하다.

당장 사내 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정규직 전환 집단 소송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내 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정규직 전환 집단소송의 당사자는 현대차 1941명, 기아차 574명, 금호타이어 111명, 포스코 17명, STX조선 7명 등이다.

현대차가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6조3항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고 있지만 이는 재심사유가 될 뿐 이번 판결의 효력과는 무관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정규직화 압박강도 높이는 노동계=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등을 포함한 노동계는 이날 “현대차는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날 울산, 전주, 아산공장 3개 노조 명의로 노조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낸데 이어 앞으로 정규직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도 “현대차 사측은 사회적 비난을 자처하지 말고 즉각 정규직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는 2010년 7월 대법원의 정규직화 1차 판단 이후 각종 기자회견, 집회, 대자보 등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다음 주 노조간부 회의를 거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협의해 대법 판결 이후의 노조 입장을 결정, 구체적으로 대응해나기로 했다.

◇재계 깊어가는 고심…경쟁력 약화 우려=재계는 이번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가 노사문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주요 선진국은 비정규직의 고용위축을 우려해 기간제나 파견제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처럼 일부 불공정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원청기업에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을 직접 책임지라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대차 사내하도급 판결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란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로 우리 기업들이 사내하도급 활용에 제약을 받아 고용형태 다양화라는 국제적 흐름에 뒤처지게 돼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소송’ 어떻게 진행됐나= 소송의 발단은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에 사내 하청 노동자로 입사한 최병승씨다. 노동부 울산노동사무소가 2004년 현대차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고 공식 결정하자, 최씨는 이를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2005년 해고됐다.

최씨는 2006년 이후 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7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최씨는 현대차 직원’이라고 판시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도 지난해 2월 최씨의 손을 들어줬고 현대차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현대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를 제기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울산 여야 정당 일제히 “환영”

울산지역 여야 정당들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 23일 환영과 함께 총선공약에 비정규직 처우개선책을 포함시킬 것 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 “점진적이고 순차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로 전환하는데 당력을 집중할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정당한 대우를 위한 방안등도 이번 총선공약에 담아낼 것이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7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은 논평을 통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은 지금까지 현대차가 꼼수를 통해 자행한 노동착취에 대한 심판이다며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이날 오후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대로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당은 이와 함께 4·11총선에서 당이 반드시 승리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법안’을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해 86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과 설움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울산시당도 논평을 통해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당연한 결과이다”며 “현대차는 그 동안의 불법파견 범법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금 당장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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