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종환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최근 KOSPI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서 외국의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증시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이들 자금의 지속적인 매수세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선진국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투자하는 경우을 의미하고, 이때 투자되는 자금을 캐리트레이드 자금이라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제로에 가까운 금리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만 있다면 국내 채권에 투자해 금리차이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몇 년간 캐리트레이드 자금은 국내에 꾸준히 유입되어 왔다. 그리고 국내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외국 자금의 유입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금융시장내 금리체계의 훼손을 들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단기를 거쳐 장기로 갈수록 금리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의 기하평균에 프리미엄이 형성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금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통화정책의 효과가 높아진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가 하락해야 대출이 늘어나서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정책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명목금리는 상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중국에서 유입되는 차이나 머니를 꼽는 의견이 많다. 차이나머니가 국내 채권을 대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채권가격이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금리가 그대로이더라도 명목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금리상승에 따른 물가억제효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현재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결국 경제정책이 무력화 되는 문제이고, 더 나아가 국내 경제에 대한 외국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 자본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의도적으로 한번에 대량 매도하게 된다면 그 파장으로 국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받는 소수의 국가들 중 한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과거처럼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바라만 볼게 아니라 보다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지 않을까?

구종환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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