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산업계에 불어닥친 사내하청 폭풍 (하)산업계 ‘고용경직 대응 위한 선택’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98년 고용조정을 겪은 후, 정규직 보호를 위해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서에는 정규직 보호차원에서 사내하청을 16.9% 비율로 활용한다는 노사간 합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내하청 활용에 대해 노사가 정식 합의한 것으로, 노조가 사내하청 도입을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규직 전환배치 제약
사내하청 도입 불가피
노사, 2000년 정식합의
고용유연성 확보 차원
노·사·정 대타협 기대

◇사내하청 활용에는 노조도 한몫=현대차가 사내하청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로는 정규직의 전환배치 제약 때문이다. 현대차는 단체협약으로 전환배치를 제한하고 있어 적기에 적정 인력을 투입하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생산라인 공정 중에서도 작업이 까다롭거나 힘든 곳에 사내하청 근로자가 많은 것은 정규직의 기피현상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실상 정규직들이 사내하청 근로자를 ‘고용의 방패막이’와 ‘작업의 편의’를 위해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노조가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장본인 가운데 하나이면서 이제 와서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의문을 갖게 한다.

◇“선진국처럼 제조업도 파견근로 허용 요구”=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특히 한국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경우 파견근로 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제조업종인 현대차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라 하더라도 원청사의 작업지시가 있었으므로 불법파견으로 간주돼 법적 문제가 된 사안이다.

경영계의 입장은 파견근로를 선진국처럼 제조업에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시설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 시장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공장을 증설하거나 축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조가 고용유연성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내하청 활용을 통한 고용유연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이 경기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현대차가 파견근로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사내하도급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기간제 및 파견제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사내하도급을 법으로 규제하지도 않는다. 독일처럼 지자체가 파견회사를 운영하며 원활한 인력 수급을 도와주기도 한다.

◇기업성장과 고용유지 위한 필수조건=산업계는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내하청의 일방적 정규직화가 현실화 될 경우 기업경쟁력의 상실과 경영악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경쟁력과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해 국내 생산물량을 해외로 이전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신규 고용창출은 차치하고 현재의 고용마저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앞지른 현대차의 경우 해외생산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유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용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고용유연성이 확보될 경우 기업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활용보다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정규직 채용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고용유연성’과 ‘사내하청 문제해결’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노사정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 주요국 사내하도급 운영형태
국가 파견허용 주요내용
독일 건설업을 제외한 모든 업무 허용
미국/프랑스/영국 파견업무 제한없음
일본 제조업 허용(항만운송, 건설, 의료제외)
한국 제조업 파견 금지(32개 업종만 허용)

■ 주요국 노동유연성 확보사례
국가 노사정 타협내용 영향
네덜란드 임금동결,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노동유연성 강화
고용창출, 생산성 강화
아일랜드 임금인상 자제, 노조 개혁 고용창출, 실업률 안정
이탈리아 임금연동제 폐지, 
신 단체교섭제도 도입
연금개혁, 
노동유연화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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