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를 위해 - ④ 양성평등한 사회의 실현

▲ 경력단절여성 직업교육훈련 중 하나인 결혼이주여성 방과후 원어민 영어강사 양성과정 수료식이 지난해 9월26일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별관 7층에서 열렸다.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법적, 사회적으로 어느 한쪽도 차별받지 않고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양성평등이 구현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여자아이는 인형과 예쁜 옷, 남자아이는 로봇과 축구공’이라는 문구 하나에서부터 가정과 학교, 일터, 사회 등에서 성 차별로 인한 사각지대가 곳곳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남녀간 성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에서도 지난해 한국은 조사대상 135개국 중 107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2012년 중점추진과제 중 첫번째로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일하고 싶은 여성이 일하는 사회를 만들고 여성이 참여하고 공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 내년부터 성인지 예산제 도입
성별영향분석평가 연계 정책 추진

여성 취업지원 서비스 ‘새일센터’
작년 취업률 90%로 전국 1위에

초중고교 교직원 ‘양성평등’ 연수
학생 대상 연 16시간 교육 의무화

◇성별영향분석평가법, 본격 시행

성인남성들의 평균신장에 맞춰 설계된 지하철 손잡이가 어느새 ‘들쑥날쑥’해졌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7년 키가 작은 여성과 어린이를 배려해 기존의 손잡이보다 10㎝ 길어진 손잡이를 설치했다. 같은 해 서울 송파구는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했다. 아빠와 함께 가는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전북에서는 성별에 따라 질병의 발병위험이 크게 다른데도 저소득층 건강검진 시 남녀 모두 똑같은 항목의 검진을 실시하던 것을 2008년 성별에 따라 바꾸었다.

▲ 울산여성회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지난해 1년 동안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모의면접과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울산시 제공

지난 2004년부터 실시된 성별영향평가에 따라 주요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성평등 개념을 도입해 개선된 것들이다. 성별영향평가는 법령과 계획, 사업 등 주요 정책을 펴 나가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15일 ‘성별영향분석평가법’까지 제정됐다.

2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 법은 지난 16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당초 지자체의 일부 사업에 대해 선택적으로 적용되던 성별영향평가는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만들어지면서 △제정 및 개정되는 조례와 규칙 △지자체가 수립하는 기본계획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울산시 여성가족청소년과 관계자는 “울산에서 3년 이상 중장기계획을 세울 때, 사전에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하도록 돼있다”며 “주요 정책과 사업을 성평등한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까운 부산에서도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출산예정 공무원 전용 휴게실 및 여성 쉼터 설치, 여성화장실 변기 및 비데 증설, 유모차와 휠체어 등 이동편의를 고려한 보도 표면 정비, 안전한 밤길 지키기 위한 CC(폐쇄회로)TV 확대 등을 실시했다.

▲ 울산시와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난해 연중수시로 찾아가는 취업지원서비스와 이동직업상담을 실시했다. 취업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이 직업상담을 받고 있다.

성별영향평가는 아니지만 울산에서는 동구청이 올해 2월부터 임신중인 여직원과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여직원을 당직근무에서 제외해주는 모성보호 당직제를 시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직근무를 서야 하는 동구청 소속 여성공무원은 총 120명으로 이 가운데 현재 임신중이거나 만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공무원은 26명으로 조사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예산 편성 때부터 남녀 불평등 요소를 없애는 성인지(性認知) 예산제도가 도입된다”며 “성별영향분석평가와 함께 연계해 성별 특성에 맞춰 시민들이 만족하는 정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 여성재취업 활성화

양성평등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여성 일자리다. 육아와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여성에게 ‘일자리’는 사회참여와 여성의 권리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여성회관과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를 두고 구인·구직관리와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등 종합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업교육훈련 과정에는 결혼이주여성들 방과후 원어민 영어강사 과정과 중소기업 경리 실무자 양성과정, 전산세무회계 사무원 양성과정, 자동차 시트 제작원 양성과정, 전산세무회계과정, 독서치료 및 독서지도사 과정 등이 있으며, 한 과정당 15~20명 내외의 사람이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울산지역 새일센터에 구직등록된 4226명 가운데 90%인 3804명이 취업(창업 포함)에 성공했다. 전국 100여개의 새일센터 중 1등의 실적이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새일센터는 울산의 핵심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효율적인 취업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울산시는 새일여성인턴제를 실시해 1인당 50만원의 국비와 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새일여성인턴제는 인턴여성이 기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해당 기업체에 대해 울산시가 6개월 동안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취업상담을 받고 싶은 여성은 새일센터 대표전화인 1544·1199로 연락하면, 취업과 관련한 각종 상담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양성평등 교육의 중요성 높아져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처음으로 각 시·도 교육청과 협조해 초등학교 대상 ‘양성평등 창의적 체험활동 학습교재’를 개발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어느 특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정관념, 차별적인 태도를 가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양성평등 교육은 생물학적 차이를 사회·문화적 차이로 직결시키지 않으며, 남녀 모두에게 잠재돼있는 특성을 충분히 발현해 자신의 자유 의지로 삶을 계획하고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올해부터 지역 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연간 16시간 이상 양성평등 교육을 받도록 했다. 양성평등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교육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전 교과목에 걸쳐 양성평등 관련 내용을 강화하는 남녀평등 교육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어와 사회, 역사, 수학 등 전 교과목에서 여성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발굴, 기존 현모양처 대신 적극적인 사회참여형 여성 역할을 제시하게 된다. 또 과학실험이나 가사실습 등 성(性)에 따라 역할이 구분될 수 있는 교과목에서도 한쪽 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지 않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울산에서도 초·중·고등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연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때 양성평등 교육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와 가정통신문, 학교 홈페이지를 활용한 양성평등 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일반 학생들은 글짓기나 표어, 그리기대회, 신문만들기, 역할바꾸기, 연극, 토론회, 캠페인, 성문화제 등을 통해 양성평등을 접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연1회 매뉴얼을 활용해 각 학급별로 양성평등 수준을 자체적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양성평등 교육시간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때 교육청에서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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