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환경 두마리 토끼몰이 ‘시기상조’

울발연 김승길연구원 ‘그룹형 자전거 출근제’제안

자전거도로 활용 소규모 투자로도 실현가능 주장

대형차 잦은 도로여건상 안전성에 ‘무리’ 지적도

평일 출근시간. 양복을 입고 자전거 안전모를 쓴 직장인 10여명이 도로 한편에 자전거 무리를 지어 지나간다. 500m쯤 가자 또 다시 5명의 자전거를 탄 직장인이 이 무리에 합류한다. 버스, 승용차는 익숙한 듯 자전거 무리의 뒤를 따르거나, 한쪽으로 피해 지나간다. 그리곤 한명씩 각각의 회사 앞에 도착하자 자전거 무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영국 에이르밸리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도심에서 매일 아침 벌어지는 자전거 출근모습이다.

자전거를 이용한 선진교통시스템인 ‘그룹형 자전거 출근제’, 즉 ‘자전거버스’를 울산에서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전거버스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약속된 장소에 모여 대열을 만들어 출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발전연구원은 김승길 연구원은 24일 울산도시환경브리프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도심 중간에 버스 정거장처럼 자전거 정거장을 만들고, 그곳에 자전거 대열이 통과하는 시간을 표시하면 자전거를 탄 직장인들이 각각의 출근 시간에 맞춰 정거장을 찾게 되고,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자전거 무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제안 배경은 ‘안전과 환경’= 울발연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자전거버스를 울산에 도입하면 ‘안전’과 ‘환경’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전거 무리가 만들어지면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오갈때보다 접촉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차량 운행이 줄어드는 친환경적 기능도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자전거 버스 도입은 울산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소규모 시설(정거장, 편의시설) 투자만으로 기존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활용할 수 있고, 울산에 산업단지가 있어 기업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노선개발도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자전거버스가 국내에 도입돼 성공적 모델로 자리잡은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매월 넷째주 금요일마다 2개 노선(아차산~시청.12.44km/한강로~시청,9.5km)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 그리고 온실가스 감소에 따른 환경적 장점을 모두 이끌어내고 있다는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어= 아직 도입을 말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울산시 건설도로과 강용관 주무관은 “도로는 통상 자동차 위주로 조성된다. 자동차 포화상태인 울산에서도 자전거가 다닐 만한 여유차로가 없다”며 자전거버스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강 주무관은 “현재 도로상태에서는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 도로를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이 사용한다는 인식이 정착돼야 이런 사업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2011년말 현재 울산에는 181개구간 343km의 자전거 도로가 개설돼 있다. 이 가운데 2010년 4월 개설된 ‘오토밸리로 및 무룡로 노선’(북구청~현대차 출고사무소, 연장 3.5km)이 자전거 출퇴근을 위해 만든 자전거전용도로다. 이 노선은 왕복 8차로를 6차로로 축소해 만들었다. 효문공단, 모듈화산업단지,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자전거 출·퇴근 시 안전을 위해서다.

대형차가 많이 다니는 울산의 도로여건상 이 같은 방법이 아니면 자전거출퇴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울산시 측은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당장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자전거족의 의견도 울산시와 비슷하다. 국민생활체육자전거연합회 서상태 회장은 “자전거버스 도입 취지는 좋지만, 울산의 현 여건상 안전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수요가 어느정도 될지도 미지수다. 이 같은 조건이 해결돼야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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