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올들어 한곳 신설 그쳐...교섭권없어 해산사례도

울산지역 복수노조 설립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임금 및 단체협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새로운 노조가 더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복수노조가 해산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복수노조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되어 있는 제도로 인해 신생 노조가 교섭권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올 들어 설립된 노조는 지난 달 9일 13명의 조합원으로 출범한 늘푸른택시(주) 상조노동조합 단 한 곳 뿐이다. 복수노조제도가 도입됐던 지난해 7월 11개의 노조가 잇따라 설립신청을 한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복수노조가 생겨나는 업종도 제한적이다. 울산지역 전체 25개(21개 사업장)의 복수노조 중 절반 이상(13개)이 택시노조다. 해산되는 복수노조도 있다. 지난달 29일 한일교통민주노조가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신고 후 9개월만에 노조를 해산했다.

이미 설립된 복수노조들의 활동도 위축돼 있다. 복수노조 도입 당시 노조 간 지배력 다툼이 각 사업장을 투쟁의 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울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교섭창구단일화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임금 및 단체협상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 설립이 주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처음 복수노조로 출범한 카프로우리노조(위원장 김종원)도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올해 임금협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교섭권이 없기 때문이다. 카프로의 전체 근로자는 330여명, 복수노조인 카프로우리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64명이다.

교섭권이 없다는 것은 노조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정책실장은 “복수노조를 설립하더라도 교섭권을 갖기 힘들다. 조합원을 위해 사측에 의견을 표출할 수 없다는 것은 노조의 실효성 문제”라며 “이러한 판단이 복수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보람기자 yi11@ksilbo.co.kr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복수의 노조가 있을 경우 사용자와의 교섭은 1개 노조가 대표하도록 한 제도.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를 결정하지 못하면, 과반수 조합원을 둔 노조가 교섭대표가 된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교섭참가를 신청한 노조간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린다. 전체 조합원 수의 10% 이상 가입된 노조만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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