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복지체감도 높이기 - ④ 현장에서 발로 뛰는 좋은 이웃들

울산지역 올해 4월부터 본격활동 돌입
구청 OK민원서비스·의료기관과 협력
‘1004지역사회봉사단’ 연계 봉사 활동
지자체 지원 어려울땐 민간연계 지원

지난 17일 울산시 중구의 한 가정집에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 ‘좋은 이웃들’이 방문했다. 김모(여·84)씨와 딸 장모(여·52)씨가 함께 지내고 있는 곳이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고, 딸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병을 앓고 있었다. 이들의 한 달 생활비는 50만원 남짓. 김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지원받는 돈이었다.

좋은 이웃들 김경훈 소장과 최명숙 담당은 집안 내부를 꼼꼼하게 둘러보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살폈다. 곰팡이가 피어있는 벽지를 카메라로 찍기도 하고, 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전등을 체크했다.

최명숙 담당은 “좋은 이웃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발굴하기도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중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도 한다”며 “단순히 경제적·물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사례관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좋은 이웃들은 김씨의 집을 살펴본 뒤, 구청의 OK민원서비스와 의료기관 등에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 1004지역사회봉사단과 연계해 각종 봉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004지역사회봉사단에는 집수리 등 기술·기능봉사단과 교육·학습봉사단, 상담·정보봉사단, 보건·의료봉사단, 문화·예술봉사단 등이 활동하고 있다.

◇울산 ‘좋은 이웃들’ 올해부터 시범사업 실시

지난해 전국 5개 시·군·구에서 연구시범사업으로 실시된 좋은 이웃들이 올해 전국 30개 시·군·구로 확대됐다.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도 지난 4월 좋은 이웃들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좋은 이웃들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봉사대다. 자발적 민간봉사조직으로 지역의 소외계층을 발견해 도와주고 보살피는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복지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고, 취약지역을 상시적으로 관리한다.

김경훈 소장은 “울산에서는 60여명의 좋은 이웃들 봉사대원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웃을 보살피는 데 관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 이웃들 봉사대원은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와 이장, 통장, 부녀회장, 다중이용시설 업주(PC방, 만화방, 지하철 및 기차역, 버스터미널, 상가, 고시원, 찜질방, 쪽방, 여관 등), 경찰관, 소방대원, 택배배달원, 우편배달부, 야쿠르트 아줌마, 전기·수도·가스 검침원, 해병대 전우회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해당된다.

좋은 이웃들에서 한 달동안 실습을 하고 있는 춘해보건대 정미향(53)씨는 “사회복지의 최전방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이상적인 복지의 한 모습이라고 본다”며 “사회로부터 방치된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던 3남매가 계기

지난해 한 TV프로그램에는 공원의 화장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3남매의 이야기가 방영됐다. 초등학생 나이였던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화장실에서 노숙하면서 제대로된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일제조사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만 총 1만4127건(2만6967명)이 발굴됐으며, 이중 시민들의 신고가 3519건(6457명)으로 25%를 차지했다.

발굴된 대상자 중 2011년 12월말 기준, 총 9722건(68.8%)이 긴급복지와 기초생활수급, 민간 복지자원 연계 등 지원이 이뤄졌다.

좋은 이웃들은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와 경기 광명시, 부산 부산진구, 강원 원주시, 충남 보령시 등 5개 시·군·구에서 시작됐으며 오는 2013년에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될 계획이다. 현재는 전국 30곳에서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사업 운영 절차를 살펴보면, 좋은 이웃들 봉사대원으로부터 복지소외계층이 접수되면 읍·면·동에 의뢰해 초기 상담과 통합조사가 실시된다. 보장이 결정되면 사례관리와 공공·민간지원 연계가 진행된다. 지자체에서 지원되지 않는 사람은 민간지원 등 추가지원이 실시된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인터뷰]“인맥·경험 토대로 해결사 역할 톡톡”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 좋은 이웃들 사업담당 최명숙씨

올해 6월 ‘좋은이웃들’ 합류 이후
지원 사례건수 35건…5배이상 늘어
다양한 자격증 보유 다방면 도움 약속

‘좋은 이웃들’에서 최명숙(48)씨는 해결사로 불린다.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덕이다. 넓은 인맥과 다양한 경험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대상자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최씨는 그 자리에서 직접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는다.

최씨가 좋은 이웃들과 인연이 닿은 것은 지난 6월. 평소 복지와 소외계층에 관심이 많은 터라 망설임 없이 일을 시작했다. 그 전에는 요양원과 보건소 등에서 치매노인들을 보살피는 일을 했다. 지난해 여름,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자연스레 봉사활동과 상담 등에 집중하게 됐다.

그는 “쉬면서 홀몸노인이나 다문화 가정, 치매 노인을 찾는 봉사활동 하면서 참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들었다”며 “좋은 이웃들에서 일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발굴해 좋은 혜택을 받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이웃들의 사례 건수는 최씨가 합류한 이후 크게 늘었다. 7건이었던 사례는 현재 35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최씨는 “아무래도 평소에 접했던 가구가 많다보니 이웃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며 “지금도 명함을 항상 두둑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말했다.

복지 현장을 누비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간호조무사와 사회복지사, 아동상담, 성폭력 상담 등 다양한 자격증도 땄다.

최씨는 “내가 제대로 알아야 도움도 더 잘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자격증을 따게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해외자원봉사활동도 나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큰 보람으로 주변 사람들의 덕담과 격려를 꼽은 최씨는 이웃과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나 하나로는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작은 힘부터 쌓이면 뭔가 이뤄진다고 믿는다. 앞으로 좋은 이웃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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