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아동권리 증진방안 모색-2.지역아동센터의 역할과 과제

청소년 전용 해피존센터 등 지역아동센터 57곳 운영

영어학습·생일잔치·볼링활동...
대학생 봉사자의 학습지도 등 다양한 눈높이 프로그램 운영

지역 청소년의 안전망 구축...건강한 성인으로 성장 지원

‘한 명의 아이가 자라는데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 지역사회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 울산 남구 야음동의 1318 Happy Zone 울산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6년 문을 연 이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본어 학습과 멘토학습, 독서교육, 영어, 볼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내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생활과 학업 전반을 지원해주는 곳이라고 하면 ‘지역아동센터’를 떠올린다. 실제로 지역아동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아동·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는 시설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아동에 대한 적극적 대책 마련을 위해 2004년 아동복지시설로 법제화됐다. 이전까지 저소득계층 아동 위주의 ‘공부방’ 형태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보편적 아동복지서비스로 확대된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을 중심으로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재정적인 어려움과 부정적인 주변의 인식에 그 사정이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지역아동센터의 자생력을 꾸준히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울산 남구의 1318해피존울산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지역아동센터의 역할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바꿔야

지난 9일 찾은 1318 Happy Zone 울산 지역아동센터(이하 해피존 센터)는 남구의 한 식당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수십여장의 사진이 눈에 띄였다.

해피존 센터는 사단법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부설기관으로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다. 울산에서는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가 해피존 센터를 포함해 2군데가 운영되고 있다.

최경화 센터장은 “센터가 있는 야음동 지역은 공단 근처가 유흥가가 형성돼있다”면서 “아동청소년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가 필요하게 돼 지난 2006년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지역아동센터가 아동중심 또는 아동과 청소년이 혼합돼있었다면, 해피존 센터는 23명의 청소년에 맞춘 프로그램이 위주다.

최 센터장은 “청소년의 지역아동센터 이용비율이 2004년 14%에서 지난해 24%까지 늘어났다”면서 “발달단계에 따른 욕구가 아동과 청소년이 다르기 때문에 청소년 위주의 지역아동센터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해피존 센터에서는 일본어수업과 멘토학습, 독서교육, 체육활동, 난타, 음악교실, 건강검진,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이 지역아동센터를 다닌다고 하면 ‘저소득층’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도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센터는 꼭 저소득층 뿐만아니라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통합적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 필요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4036개소, 울산 57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평가제의 도입으로 현재 프로그램의 질이 일정 부분 평준화돼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지역아동센터의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봉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피존 센터에서도 SK 어깨동무 봉사팀에서 설립할 때부터 현재까지 영어학습과 생일잔치, 볼링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있다.

청소년의 학습지도를 위해 과목별 전문지식을 가진 대학생 봉사자도 필요하다.

또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일시적인 프로그램 지원과 시설 개선 위주의 후원보다는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최 센터장은 “청소년의 특성상 욕구가 다양해 개별 욕구와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안정적으로 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는 월세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청소년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며 제2의 가정을 대신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동들의 부모교육과 가정에 대한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1318해피존 울산 최경화 지역아동센터장

“아동센터를 졸업한 청소년이 봉사·후원자로 방문할때 뿌듯”

지난 9일 울산시 남구 야음동 1318 Happy Zone울산 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에서 만난 최경화 센터장은 “감동과 눈물을 만나기 어려운 요즘 시절에 아이들과 함께 정을 나누고 지내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부터 센터를 이끌어온 최 센터장은 23명의 청소년들의 선생님이자 든든한 멘토로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의 개별 사진첩에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최 센터장은 “센터를 졸업한 청소년이 다시 봉사자, 후원자가 되어 센터를 방문할 때 뿌듯하다”면서 “때때로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많은 업무에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면서 웃고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 중2때부터 센터를 이용했던 한 학생을 꼽았다.

최 센터장은 “그 학생이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할 뻔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사회복지학과에 당당히 입학해 이제는 센터를 찾아와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언젠가 이 학생이 센터의 실무자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과 사회복지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그는 “지역아동센터는 늦은 퇴근시간, 낮은 급여, 제한된 승진기회 등으로 사회복지에 열의가 있는 젊은이들의 지원율이 매우 낮다”면서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꿈꿔볼 수 있도록 근무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학생들은 방과후 다양한 프로그램과 보충학습을 접하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의미를 깨달아가기도 한다.

최 센터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지역아동센터 내의 규율과 규칙을 만들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센터에 오면 모두가 하나의 주체가 되어 공존을 배운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