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노인이 행복한 울산-4.타도시보다 심각한 울산의 ‘실버푸어’

‘만수무강하세요’ ‘오래사세요’ 등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수천년 동안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해왔다. 오래전부터 더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하면서도 공통된 욕망이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나라는 당당히 평균수명 81세로 세계 17위의 장수국가가 됐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95년엔 평균 기대수명이 95.5세로, 세계 최장수국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장수(長壽)를 걱정 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한국인의 평균수명 81세로 세계 17위 ‘장수국가’지만
노인층 빈곤율은 45.1%로 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
노인복지지수 91개국 중 67위…5명중 1명은 독거노인
베이비붐 세대 은퇴 속도 빨라져 노후 대책 서둘러야

◇무전장수(無錢長壽) 시대

길어진 노년기에 대비할 만한 경제력을 미처 갖추지 못한, 노인들을 보고 ‘무전장수(無錢長壽)’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 세계 장수국가 중 한 곳인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속한 고령화 속도와 함께 노인빈곤층인 ‘실버푸어’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장수국가인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고, 유엔 인구기금 등이 발표한 한국의 노인복지지수는 91개국 중 67위, 특히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분야 지수는 90위로 최하위다.

중간 소득의 절반이 채 안되는 저소득자가 45%나 돼 OECD 평균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든가, 노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3분의 2 수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는 것은 우리사회 노인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노인의 비율은 1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약 613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약 70만명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인데 노인 10명 중 1명은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제적 위험에 노출된 노인 빈곤층을 ‘실버푸어’(Silver Poor)라 부르는데 최근 이같은 실버푸어가 급증하고 있다.

실버푸어의 가장 큰 요인은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들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 총 인구는 5104만7880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12만3118명에 달해 총 인구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 인구의 5.1%가 65세 이상 노인에서 23년이 지난 현재 2배 이상 증가하며 말로만 듣던 총 인구의 14%가 65세 이상 인구인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혼자 사는 노인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인데, 지난 2000년 한국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54만여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19만명으로 무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노인 5명 중 한 명꼴로 혼자 살고 있는 현실이라 실버푸어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집중된 울산은 심각성 더해

앞서 언급한 지난 2일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 현황’에는 우리 울산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로 전남이 15.3%로써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충남(14.4%), 광주(13.5%), 충북(13.2%) 순이었는데, 그 뒤로 울산(12.6%)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낮은 대전(7.2%)에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기존에 ‘부자도시’ 울산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수치다.

하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베이비부머들이 곧 은퇴한다는 것인데, 울산은 베이비부머가 타 도시에 비해 집중된 도시라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인구 4분의1 가량인 26.4%를 차지하는 1차 및 2차 베이비부머는 2020년부터 실버층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울산은 베이비부머 집중률이 지난해 기준 19.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울산은 지난 2011년에서야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율 7%)로 접어들며 전국 평균에 비해 11년가량 늦어졌지만 오는 2023년에는 고령사회로, 2029년에 초고령사회에 도달, 전국평균과 비슷한 시기에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기에다 올해 5월 울산발전연구원 김재호 박사의 울산경제사회브리프에 따르면 울산지역 부모의 노후생활비 자녀 의존 비율은 34.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베이비부머 은퇴러쉬로 고령화속도가 빠르고, 자녀에 의존하는 경우가 큰 울산 지역 예비 노인들은 향후 노후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속수무책 ‘실버푸어’가 될 가능성이 타 도시보다 높다.

다행히 울산 지자체나 단체 및 기관별로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구청은 지난 8월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계획 수립과 재취업, 창업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와 여가생활, 재무관리 교육 등에도 체계적인 지원을 펼칠 ‘퇴직자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노인과 베이비부머들의 절대다수가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한만큼 생색내기용이 아닌 노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자료: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

(자료: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 한국의 고령화 속도 
국 가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
한 국 2000년 2018년(18년) 2026년(8년)
미 국 1942년 2014년(72년) 2032년(18년)
일 본 1970년 1994년(24년) 2005년(11년)
영 국 1929년 1975년(46년) 2028년(53년)
프랑스 1864년 1979년(115년) 2018년(39년)

 

■ 주요국 노년층 빈곤율
국  가 빈곤율
한  국 45.1%
일  본 21.7%
독  일 10.3%
스 웨 덴  9.9%
프 랑 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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