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규제개혁 인센티브 약속 어기자
올해 제안건수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
제2 도약 위해 변화·혁신의지 고취를

▲ 김창식 뉴미디어부장

우리나라의 기업문화 가운데 대표적 병폐가 일 잘할수록 시기와 질투,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몇몇 혁신인자들은 다른 직원보다 월등히 높은 업무능력을 지녀 회사에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혁신 인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새로는 가치를 창조해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수록 조직원들의 경계심은 더 커지고 서로간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기도 한다.

조직 사회에서 어떤 혁신 인자가 지나치게 튀는 아이디어, 설령 조직에 이익을 주는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주어진 일은 안하고 엉뚱한 구상만 한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 등 평가절하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엇비슷한 업무능력을 가진 동료들의 질투가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을수 있는 혁신 인자들을 왕따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조직환경 속에서는 혁신 인재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창의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 혁신 인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 열정을 억눌러 평범한 일반 구성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자칫 ‘튀는 변화’를 추구하다가 정 맞는 전철을 이미 경험치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은 구성원 개개인이 발전을 추구하지 않기에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연·혈연·지연 등 연고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공직사회에는 특히 이같은 이상한 조직문화가 종종 입방아에 오르곤 한다. 울산시는 ‘2014년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 추진실적 평가’에서 대통령상인 최우수상을 수상, 지난 5월 특별교부세 1억5000만원까지 받았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지방규제개혁 추진실적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인센티브까지 받은 것이다.

문제는 규제개혁 아이디어 발굴에 발벗고 나선 우수공무원에 대한 울산시의 인센티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으면서 공직사회의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특히 김기현 울산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행정자치부 주최의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전국 최초로 울산시는 규제개혁 발굴 우수 직원 전원에게 실적가점을 부여하겠다’고 선언한 터였기에 잡음도 컸다.

울산시가 이들 규제개혁 우수공무원에게 준 실적가점은 겨우 0.05점. 당초 규제개혁 우수공무원 가운데 상위 1~3위 1점, 4~6위는 0.8점, 7~10위는 0.5점의 가점을 주기로 한 방침과는 크게 동 떨어 진 것이다. 시 관련부서의 평가심의회에서 규제개혁 발굴 건수 위주로 평가하면서 우수공무원에 대한 가점을 당초 약속대로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인사를 앞두고 인사고과점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에서 인센티브를 주어 해당 공무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울산시의 논공행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작용도 즉각 나타났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개혁 제안건수가 지난해 보다 뚝 떨어진 것이다. 당근 조차 없는데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규제개혁안을 발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저항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자칫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울산시의 공무원들의 규제개혁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새로운 창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자 한다면, 또 지역 사회 구성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규제의 전봇대를 뽑고자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들 특출한 혁신 인재들이 기를 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는 꽃길이 있다. 혁신 인자들은 어렵고 힘들지만 남들이 기피하는 길을 가려는 변화의 인자들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정유화학·조선 등 3대 주력산업이 휘청대고 있는 울산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제2의 경제도약을 꾀하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제는 울산구성원 모두가 고성장 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과감한 인재 발탁을 통한 부단한 변화와 혁신만이 산업수도 울산의 가치를 다음세대에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창식 뉴미디어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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