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는 시대읽기 정신적 산물...당대 대중 사회심리·욕망 반영시켜”

▲ 14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5기 비즈니스컬처스쿨 제13강에서 대중예술평론가인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가 ‘일제강점기 트로트로 보는 한국인의 내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대중예술 분야에서도 하위 또는 저급문화로 인식되는 대중가요는 사실 당대 대중의 사회심리와 욕망이 반영된, 시대읽기에 필수적인 정신적 산물이다.”

경상일보가 14일 CK아트홀에서 마련한 제5기 비즈니스컬처스쿨(BCS)에서 이영미(대중예술평론가)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트로트, 포크, 댄스뮤직으로 구분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에 대해 100분간 강연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음반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1922년부터 1923년 사이로 추측되는 음반으로 가수는 권번의 기생이었고 수록곡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은 무엇이냐’로 더 많이 알려진 ‘희망가’였다. 원래는 미국의 작곡가 제레미아 앙갈스의 찬송가였으나 일본을 거쳐 조선으로 건너 와 우리말 가사로 불리워진 것이다.

하지만 ‘희망가’는 트로트 보다 민요나 창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트로트는 언제 등장했을까. 흔히 1960년대 ‘동백아가씨’로 시작해 한 시대를 풍미한 ‘이미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미자는 트로트의 두번째 전성기에 등장한 스타였다. 트로트가 유행한 첫번째 전성기는 이미자 보다 무려 30년이나 앞선 일제강점기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트로트를 기성세대의 애창곡 쯤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황성옛터’로 시작돼 ‘목포의 눈물’ ‘짝사랑’ ‘타향살이’로 이어지는 1930년대 트로트의 첫번째 전성기는 그 시대 10대들이 만든 새로운 문화현상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30대 이상이었던 당시의 기성세대는 서구근대사에서 탄생한 ‘도레미파솔라시도’같은 음악언어를 구사할 수 없었다. 요즘 기성세대가 가수이름과 K-POP 노래제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로트’를 포함해 ‘포크’와 ‘댄스뮤직과 락’이 유행한 시기는 한국대중가요사를 구분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대중가요의 새로운 유행코드는 세대간의 취향이 격화된 시기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 교수는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50~60년대 대중가요의 한계, 왜색가요 논란과 대마초 파동을 겪으며 굴절됐던 70년대 포크문화, 80년대 슈퍼스타 조용필의 음악세계, 서태지와아이들이 등장한 뒤 발라드에서 댄스음악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과정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들려줬다.

이영미 교수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를 거쳐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고있다. <한국대중가요사> <대학로 시대의 극작가들>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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