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8배 땅에 흩어진 관광자원
세부 권역별 네트워크화로 집중개발해
즐길거리 만들어야 외지 관광객 유인

▲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는 한글날이 들어 있는 황금연휴였다. 청명한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연휴였다. 연휴를 기해 울산지역에서도 처용문화제와 봉계불고기축제, 한글축제 등 대형 축제가 동시에 개최됐다. 특히 봉계불고기축제는 17만명이 모여들어 100마리의 소가 도축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울산 사람들만 북적댔을 뿐 외지 관광객들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외지로 빠져나가 도심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관광객들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경승지와 유적지 등을 꽉꽉 메웠다.

얼마 전 혁신도시로 이전해 온 공공기관의 한 고위직을 만난 적이 있었다. 울산에 와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자동차 운전이 너무 난폭하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한국은행 울산본부장으로 발령받아 온 한 인사는 울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산이 많고 바다가 가까이 있어 놀기 좋다는 것이었다. 그 뿐이었다.

지난 여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고 해서 공주를 다녀왔다. 33℃를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전국의 관광객들이 공산성과 무령왕릉, 송산리고분군, 국립공주박물관, 공주민속마을을 가득 메웠다. 관광지들이 차로 불과 10~15분 거리에 있어 이동하기도 좋았다.

공주까지 간 김에 지난해 갔던 전주 한옥마을도 방문했다. 아이들이 전주한옥마을을 좋아해 몇년째 가고 있는데, 골목 구경만 해도 하루가 걸린다. 근처에는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피순대 등 맛집들이 즐비해 있고, 경기전과 전동성당 등 볼거리들도 줄지어 있다. 최근에는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빌려입는게 유행이 돼 한복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하룻밤을 자지 않고는 못 떠나는 곳이 전주다.

공주와 전주는 모두 관광지가 일정한 구역에 집약돼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울산은 어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영남알프스와 정자해변, 울기등대, 간절곶, 반구대암각화 등이지만 영남알프스에서 정자해변까지 가려면 1시간 가량 걸린다. 정자해변에서 간절곶까지 다시 한 시간이다. 더욱이 영남알프스는 등산을 작정하지 않는 한 별로 볼 것도 없다. 일각에서는 울산에 관광자원이 많다고 하지만 관광자원간의 거리로 치면 다른 지역에서는 도시와 도시간의 거리다. 서울의 1.8배나 되는 울산 땅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어서는 안된다.

울산 하면 요즘에는 ‘부자 도시’라는 말을 떠올린다. 실제 울산은 많은 근로자들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부자도시이긴 하다. 그렇지만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영세상인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는 오히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물가와 상대적인 빈곤감 때문에 살기가 더 팍팍하다. 부자도시 울산이라는 허울좋은 구호만 내세우지 말고 이제는 그 부(富)를 권역별 관광자원 집약화, 네트워크화하는데 쏟아부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언양의 경우 앞으로 설치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와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 언양읍성, 석남사, 언양알프스시장 등을 네트워크화하면서 집중개발하고, 다양한 숙박 체험시설을 인근에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정자는 정자 권역으로, 간절곶은 간절곶 권역으로, 울기등대는 울기등대 권역으로 묶어 관광자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한다. 그래야 부자도시에서 살고 있는 빈곤한 사람들도 먹고 살 수 있다. 황금연휴 때 다른 지역은 외지 관광객들로 넘쳐나는데 울산은 텅 비어 있어 울산시민으로서 비애감이 들었다.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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