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산은 남구 옥동에서 신정동에 걸쳐 12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예부터 사람들은 남산 12봉 아래에 큰 명당이 있다고 믿었다. ‘왕생이 들’이 그 중 하나이다.
조선조 중엽의 일이다.
국풍이라고 불렸던 풍수가가 울산에 왔다.
그는 문수산에 올라 사방을 두루 살펴본 뒤 동쪽으로 발길을 돌려 남산 12봉을 타고 은월봉에 이르렀다.
산에서 내려온 그는 무엇인가를 찾는 듯한 표정이었다.
달동까지 내려온 그는 다시 동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달동은 옛 이름인 환지가 의미하듯 반도처럼 돌출한 고지를 형성한 곳이다. 들은 가지가 우거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국풍은 300보가량 갈대를 헤집고 가더니 미리 준비해온 말뚝을 박은 후 중얼거리듯 “왕생혈”(王生穴)이라고 했다.
이후 이곳에 토사가 밀려와 들을 형성하니, 사람들은 임금이 날 곳이라 해서 ‘왕생이 들’이라고 불렀다.
경상일보가 주최하고, 울산남구가 후원하는 ‘2016 거리문화페스티벌’이 오는 24일 왕생이길 일원에서 열린다.
옛 ‘예술이 숨쉬는 길’ 도로명이 ‘왕생이길’로 바뀐 곳으로, 행사장은 남구청 옆 옛 ‘예술이 숨쉬는 길’ 1구간이다.
‘왕생이길’은 임금이 날 곳이라 예언했던 혈(穴)자리에 조성된 특화거리다.
남구는 남구청사거리~뉴코아아울렛 간 535m 전 구간 조성공사를 오는 10월 끝낸다.
이번 거리문화페스티벌 주제는 ‘문화가 활짝! 아름다운 거리에서! 명장과 함께 하는 왕생이 길’.
24일 오후 3시부터 7시40분까지 이어진다. 개막식은 오후 6시30분, 축하공연은 오후 7시에 시작한다.
공식행사로는 식전행사, 의식행사, 축하공연이 예정돼 있다.
동별 프로그램 경연대회, 퍼레이드(왕의행차), 버스킹공연, 체험프로그램 등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왕생이길은 기존 거리의 디자인 콘셉트인 ‘도심 속 왕들의 산책 王生이 길’에 산업수도 울산 발전에 기여한 ‘명장’ 콘셉트를 접목하게 된다.
울산 남구는 이 구간을 역사·문화적 요소를 접목한 왕생로 특화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사업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주말 ‘왕생이길’에서 ‘왕의 행차’ 퍼레이드도 보고 산업수도 울산의 발전에 기여한 ‘명장’들의 노고도 되새겨보자.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