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의 성장 한계에 부딪힌 울산
시류에 편성한 전시성 사업으로는
세계경제의 중심대열에서 낙오될 수도

▲ 김창식 디지털뉴스팀장

지난 9월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울산을 방문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자의 한 명으로, 시간이 곧 돈인 그가 갑자기 울산까지 어떻게 큰 걸음을 했을까. 올해 ‘투자의 명인’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비용은 40억원에 낙찰됐다. 투자 명인들이 발걸음을 옮기려면 그만큼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울산시는 짐 로저스가 투자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했다. 김기현 시장은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과 그래핀, 게놈산업 등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사업들을 설명하며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짐 로저스는 울산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시의 장밋빛 가득한 사업 설명에도 투자 계획이 없음을 에둘러 말했다. “그래핀 사업이 성공하면 꼭 울산에 다시 올 것이다”고. 그러면서 그는 “울산의 그래핀 사업이 성공한다면 미국의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가 IT산업을 발전시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유명해질 것이다”고 격려했다.

짐 로저스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투자원칙을 정립한 매우 실제적이며, 현실적인 투자자다. ‘가서 보고, 본 대로 행하라’. 그는 투자원칙대로 울산에 와서 눈으로 직접 보았으되, 본대로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에 이어 전지산업과 원전산업, 동북아 오일허브를 3대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울산은 투자의 잔치상을 차려놓고 유혹했지만 보기좋게 퇴짜를 맞은 셈이 되고 말았다. ‘큰 손’ 짐 로저스가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겐 제조업 중심의 울산은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는 투자처는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이 자랑하는 각종 성장동력 사업은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에 맞게 가고 있는 것일까? 2020년 총 생산규모 20조원 목표의 ‘전지산업 메카’ 2028년까지 16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원전산업 메카’ ‘그린전기차·수소차 메카’ ‘바이오·정밀화학 메카’ ‘동북아 오일허브’ ‘3D프린팅’ ‘창조경제’. 상당수 사업이 좌초하거나 주춤거리고 있는게 울산의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4대 주력산업’(자동차, 조선해양, 화학, 전지산업)과 ‘4대 신성장산업’(원전산업, 환경 에너지산업, 신소재산업, 바이오산업) ‘2대 융복합산업’(IT·NT)을 육성해 2020년 수출 2000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7대 산업도시로 진입한다는 ‘2020 울산산업경제비전’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울산의 올해 연말 수출액은 700억달러 초반대에 그칠 전망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이제 20년간 지속돼온 IT의 시대가 저물고, 향후 30년간은 DT(Data Technology)시대가 온다”고 예고했다. 주력 제조업의 성장 한계로 경제활력이 감퇴된 울산은 앞으로 30년간 글로벌 산업의 중심 대열, 즉 제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경고로 다가온다. 울산의 미래가 암울하고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것은 도시의 미래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정책 결정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주도면밀한 분석없이 시류에 편성, 전시성 사업으로 과대포장하지 않았나 반성해 볼 일이다. 이제라도 ‘돗떼기시장’의 좌판식 사업은 재점검, 버릴 것은 버리고 안을 것은 떠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시기다.

김창식 디지털뉴스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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