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삼족오(三足烏)

▲ 고구려 쌍영총 널방 삼각고임 1층 밑면 동쪽에 그려진 삼족오. 출처=한국민속문학사전

삼족오는 몸통 하나에 3개의 다리를 가진 검은 새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고대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태양’과 ‘새’를 결합하여 태양조(太陽鳥)로 여기고 태양신을 형상화할 때 징표(徵表)로 삼았다.

삼족오는 ‘세발 달린 까마귀’라고도 하지만 오골계(烏骨鷄), 오죽(烏竹), 오석(烏石), 오옥(烏玉), 오수정(烏水晶) 등에서 ‘까마귀 오’가 아니라 ‘검을 오’로 사용되었듯이 ‘세발달린 검은 새’를 뜻하는 것으로 태양의 흑점과도 관련이 깊다.

즉 고대인들은 태양의 흑점에서 검은 본영(本影)이 세발 달린 검은 새를 닮았던 것으로 여겼으며 해 속에 사는 새처럼 보았다.

또한 눈부신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하게 되면 어떠한 사물도 검은 색으로 보여 지게 되는 것으로 현조(玄鳥)라고도 한다.

태양에 사는 세발 달린 검은새 의미…까마귀 아닌 태양새
검은색은 숫자 1로 우리민족이 태초의 시원국임을 나타내
고구려, 태양 안에 삼족오를 그려넣어 자신들의 문양 삼아

문헌으론 <삼국사기> 권14 고구려 본기 2 太武神王錄에 보면 ‘오자흑야’(烏者黑也)라는 문구에서 삼족오의 오가 ‘검을 오’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태양 속에 사는 새로서 천상의 신(神)들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전설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새(神鳥)로 인식하고 동아시아에서는 태양신으로 불리며 일오(日烏), 금오(金烏), 준오(踆烏), 흑오(黑烏), 적오(赤烏) 라고도 부른다.

삼족오와 관련된 신화적인 상징은 동쪽에 태양(太陽)을 상징하던 원형(同心圓, 동심원) 안에 일상(日象, 陽, 東)으로 그려져 있으며(日中三足烏, 일중삼족오), 서쪽에는 둥근달 안에 두꺼비(蟾蜍, 섬여)를 그린 월상(月象, 陰, 西)(月中三足烏, 월중삼족오)과 함께 천상에서 좌우 혹은 동서로 대응되고 있다.

또한 삼족오는 신(神)의 사자(使者)로서 고대 동아시아의 태양숭배사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태양의 후손이라는 의미에서 태양 안에 삼족오를 그려 넣어 자신들의 문양으로 삼았으며 그 대표적인 민족이 고조선의 뒤를 이은 고구려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인의 아들 환웅과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가 이 종족의 부족장으로 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는 중국 고대신화에 나오는 해 속에 산다는 세발 달린 까마귀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당나라와 접전을 벌이던 시대에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고구려가 중국의 상징을 차용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즉 천손(天孫, 하늘백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민족 고유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우리문화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말하는 삼족오와는 달리 머리에 공작처럼 벼슬이 달려있으며 발모양은 조류와는 다르게 낙타나 말 같은 포유류의 발굽형태를 하고 있다.

벼슬의 의미는 국가통치조직에서 나랏일을 담당하는 직위나 직무를 상징하고 있다. 절대적 신권과 영원성을 상징하는 태양의 새로서 절대자, 절대 권력자의 의미로 동양에서 천자의 상징인 용봉(龍鳳)문화에서 봉황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발모양도 열 가지 동물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묘사되는 봉황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문화에서 삼족오의 등장은 고구려 쌍영총, 각저총, 덕흥리1·2고분, 개마총, 상서중묘, 천왕지신총, 장천1호분, 무용총, 약수리 벽화고분, 다섯무덤(오회분) 4·5호묘, 중국 요녕성 조양(朝陽)지구 원태자벽화묘(袁台子壁畵墓) 등의 벽화에서 볼 수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있는 삼족오의 의미를 분석하면 첫 번째 머리에 있는 볏(一)이 물이나 시원으로 태초의 생명성을 상징한다면 날개(二)는 화합, 부부, 상대적 균형, 따뜻함을 상징한다. 세발(三)은 자연의 생명성(싹), 순환, 부부사이에 태어난 자녀, 초목, 생장-소멸-순환, 시공, 힘, 완성 등을 상징한다.

한편 음양사상(陰陽思想)에서는 태양이 양이고 달이 음이며 홀수는 양수이고 짝수는 음수로 구분하고 우주원리인 오행(五行)의 구분을 보면 목(木)은 동쪽, 청색이며 숫자로는 3, 8을, 화(火)는 남쪽, 적색으로 2, 7을, 토(土)는 중앙, 황색으로 5, 10을, 금(金)은 서쪽, 백색으로 4, 9를, 수(水)는 북쪽, 흑색으로 1, 6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삼족오는 태양신으로 태양은 양이며 하나의 몸통에 세 개의 발로 모두 양수가 되어 태양과 새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삼족오의 색은 검정으로 북방의 수(水)를 상징하고 숫자로는 1의 기운을 나타내고 있다.

1의 수는 우주 만물의 생명과 근원을 의미하고 우리민족이 인류 태초의 시원국이라는 것을 상징화하고 있다.

삼족에서 3의 의미를 보면 옛부터 음과 양을 합한 수로 완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완전한 수이기도 하다.

노자 도덕경에서는 1이 2를 낳고 2가 3을 낳으며 3이란 수가 만물을 만들었다고 하였으며 천부경에서는 일석삼극(一析三極, 하나를 나누어 가르니 셋이 된다.)이라 하였듯이 살아 있는 것의 존재원리는 3이란 수의 원리에 있다고 한다.

동양 삼재사상에서는 천(天) 지(地) 인(人)으로, 현대과학에서는 물질의 구성이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되어 있다. 종교에서도 유교는 무극, 태극, 황극으로, 불교에서는 법신불, 응신불, 보신불로,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성부, 성자, 성신로 나타낸다. 이를 각각 3극1체, 3신1체, 3위1체로 부르고 3의 원리에 의해 구성된 만물은 물, 얼음, 수증기라는 3번의 변화를 갖는 것을 근본원리로 보고 있다.

‘세발 태양신(太陽神)’에 대해 박은식(朴殷植)은 고조선의 국교를 삼신교(三神敎)라 하였는데, 여기서 삼신은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을 가리킨다. 고조선 사람들과 그 후예들에게 삼신은 생명을 주고 가호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자식을 낳으면 삼신에게 제사하고 고하는 의식과 관습이 있었다고 기록하였다. 태양조는 한국의 우주관, 생명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고조선에서 고구려의 상징으로 이어온 삼족오는 시조새로서 흉조(凶兆)인 ‘까마귀’가 아니라 길조(吉兆)인 ‘태양새’라 할 수있다.

삼족오는 고구려가 생각하였던 하늘이면서 태양의 상징으로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삼족오는 하늘과 소통하고 하늘을 숭배하는 천손 민족의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민족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한중일간의 역사전쟁은 실로 치열할 정도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삼족오의 의미를 통해 자긍심을 갖고 우리의 미래와 주체성을 밝혀야 한다.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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