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요범사훈(了凡四訓)

 

우리는 흔히 명운(命運)을 접하는 이유를 미래에 대비하는 삶의 한 가지 방법으로 길운과 흉운을 파악하고 길운은 최대화하고 흉운은 최소화 하자는데 두고 있다.

하지만 명(命)에서 병을 찾는 것만큼 그 병에 대한 처방이나 약도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즉 명이 좋지 않고 운도 불리하게 흘러가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명이 불리한 사람은 다른 방법이 없는가, 운명은 정해진대로 체념하고 살아야 하는가, 나쁜 운을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등의 의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바다에서 닿지 않는 수심을 측정하듯 막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운명에 지배당하지 않고 운명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 걸쳐 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견해가 등장하고 있다.

물론 타고난 명(命)은 바꿀 순 없겠지만 개운(改運)의 방법으로 여러 주장이 있다.

이러한 개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서적이 바로 <요범사훈>이다.

자신의 경험과 불교의 인과법칙을 바탕으로 지은 책
선·악 분별하고 선행함으로써 운명 바꿀수있다 주장
“우리가 겪는 고난은 내가 살아온 삶이 만들어낸 결과”

이 책은 명대(明代)의 학자인 원황<袁黃 1533~1606 호를 학해(學海)에서 후에 요범(了凡)으로 바꾸었다>이라는 사람이 자식을 훈계하기 위해 남긴 것으로, 운이 바뀐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모은 이야기집이다.

선과 악을 가리고 선행을 함으로써 운명을 바꾸는 법을 자신의 경험과 불교의 인과 법칙을 바탕으로 하여 지은 책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수백 년 동안 개운서(改運書)로 전해져 오고 있다.

책의 구성은 1, 입명지학(立命之學·운명을 세우는 공부) 2, 개과지법(改過之法·과오를 고치는 방법) 3, 적선지방(積善之方·선행을 쌓는 방법) 4, 겸손지효(謙遜之效·겸손한 덕의 효험) 등의 네 가지 가르침으로 나누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경험담을 열거하고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원황은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생계를 위하여 의학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상수역학(象數易學)에 정통한 공(孔)선생을 만나 자신의 운명을 듣게 된다. 공 선생은 “의학공부를 그만두고 학문을 해서 벼슬을 할 운명이며 초시엔 14등으로 합격하고 그 다음시험은 71등 합격하고 마지막 시험은 9등을 할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다.

이 후 시험에 응시하였는데 세 번의 시험등수가 모두 적중하였다.

공 선생은 또 “모년에 공생(貢生)이 되고 공생에 뽑힌 후 모년에는 사천성의 대윤이 된다. 대윤에 부임한지 3년 반이 지나면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53세 8월14일 축시에 거실에서 죽으며 자식은 없다”고 하였다.

10대 후반에 들었던 이 예언은 관직생활을 하면서 모두 현실로 되었다.

그래서 원황(袁黃)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자신은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고 여기고 숙명론적인 생각으로 더 이상 다른 생각은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37세가 되던 해 지방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1569년 남경 서하산(棲霞山)에 서 운곡(雲谷)선사를 만나면서 인생관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운곡선사는 “운명이란 것이 있고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선인(先人)들이 평생 수행 정진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그대가 호걸인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범부(凡夫)에 불과하다”고 꾸짖으며 ‘명유아작 복자기구(命由我作 福自己求)’, 즉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복은 자기 자신에게 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여기에서 원황은 사흘밤낮을 운곡선사와 토론하면서 크게 깨달으며 운명은 바뀔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운곡선사는 공덕과 과실을 기록하는 공책 <공과격(功過格·12세기 전반 중국도교의 선행과 악행 계산법)>을 주고는 매일 선행을 베풀면 숫자를 적고 반대로 악행을 하면 기록된 숫자를 지우는 식으로 하여 3000가지 선행을 하도록 하였다.

운곡선사의 가르침의 핵심은 ‘지금 당장 생각과 습관을 바꿀 것’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이었다.

여기에 감동을 받은 원황(袁黃)은 이날 이후 ‘평범을 끝마친다’ 즉 운명에 끌려가는 보통 사람의 삶을 끝내겠다는 각오와 확신으로 자신의 호를 학해(學海)에서 ‘요범(了凡)’으로 바꾸었다.

원요범은 팔자를 바꾸기 위해 3000가지 공덕을 쌓기로 결심하고 장부를 만들어 실천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팔자에 없었던 아들을 48세 때 낳게 되었고 1583년에는 드디어 3000개의 동그라미가 완성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벼슬이 현감으로 승진되었다.

현감이 된 후에는 1만 가지 공덕을 쌓기로 결심하고 또다시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벼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덕을 쌓을 기회는 다른 사람에 비하여 훨씬 높았다.

요범은 정신수양과 공덕으로 10대 때 공선생이 예언하였던 벼슬자리와 53세라는 운명적 한계를 넘어 74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69세 때 아들을 위한 처세훈으로 요범사훈을 저술하여 현재에도 개운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불교의 인과법에 의하면 전생에 선행을 쌓은 사람들은 금생에 부와 장수를 누릴 것이고 전생에 악행을 한 사람들은 금생에 가난과 단명의 고통을 겪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예외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즉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운명에는 상수(常數)와 변수(變數)가 작용하는데 과거의 업은 상수로 변할 수 없지만 현재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업은 변수로서 자신의 의지에 의해 변화된다.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겸허한 마음으로 매일 참회하며 선행을 베풀어 공덕(적선)을 쌓는다면 운명도 움직일 수 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나 고난은 운명이 만든 것이 아니라 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중요한 것은 명운(命運)을 알고 요범사훈에서 말하는 내용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실천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운명을 알더라도 바꾸기 힘든 이유가 실천력의 부족으로 그것은 곧 원래 예정된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범사훈(了凡四訓)에서 요범선생이 말하였듯이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운명을 개척하고 바꿀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개운을 위한 공과격(공덕과 죄과를 기록하는 표)을 기록하면서 적선(積善), 즉 일상에서 선행 쌓기를 하나씩 실천해 본다면 삶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다.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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