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현대물리학과 종교사상

 

인류역사에서 인간은 많은 의문들 중에서도 우주와 인간의 기원 그리고 존재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그래서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 등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오랜 연구를 거듭해왔다.

이러한 연구의 중심에는 고대에서부터 종교와 철학을 선두로 하여 과학적인 분야가 합류하면서 종교도 과학을 떠나서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되었다.

종교는 자아와 인간세계 진리에 대한 탐구를, 철학은 우주와 인간의 진리에 대한탐구를, 과학은 우주와 물질세계의 진리에 대한 탐구를 한다.

이들 세 분야는 모두 진리 및 자연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철학은 종교와 과학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종교는 정신과 영혼 그리고 초월적인 것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과학은 물질과 물질상호간의 작용을 감각에 의지한 실험적 검증을 통하여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양자 사이엔 어떤 관계가 진행되는지는 오늘날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아닐 수가 없다.

불교는 우주의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종교
양자역학 ‘상보성 원리’-불교 ‘무아의 가르침’ 매우 유사
다른 곳서 출발했지만 접근해가는 길은 하나로 볼 수 있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과학이 없는 종교는 장님이며,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다’라고 표현했다. 종교와 과학의 상호보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대과학에서 자연원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인식과 관념의 문제까지 다루기 시작하면서 종교와 중첩된 영역이 생기게 되어 양자모두 동시에 연구할 필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종교와 과학의 상호 보완적 접근 가능성에 대한 증명은 20세기 초에 완성된 현대물리학의 핵심내용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이론’이 있다.

우주와 극미세계에서의 관찰과 측정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에서 발견된 상대성 이론과 ‘등분배 정리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가 원자이론으로 탄생한 양자역학’은 예전의 뉴턴역학을 대체하면서 고전 물리학이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자연과학은 물론 철학, 종교, 심리학, 사회학 등의 여러 분야에 걸쳐 연관성이 확산되고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서는 파동과 입자가 동일한 성품이면서 다른 형태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과 가속도가 동일하고 질량과 에너지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과학은 나타나는 현상만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철학에서 말하는 영역과 함께 나아가야 할 과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서양문명의 중심인 과학과 동양문화의 사상들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곧 현대물리학과 종교 그리고 동양철학의 범위까지 자연스런 만남으로 이어지게 했다.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양자역학이 지금까지 해놓은 것은 동양철학(음양, 태극)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음양사상, 불교사상 그리고 현대물리학이 분류하고 공유하는 것을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은 질량, 공간, 음, 색, 물질, 입자 등으로 표현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에너지, 시간, 양, 공, 파동 등으로 일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는 존재하고 있는 우주의 모든 현상들을 과학적인 방법들을 이용해 파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유일한 종교다. 불교의 연기론적 세계관과 현대과학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현대과학에 결여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불교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인간과 사물의 존재방식,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 즉, 고통의 뿌리는 인과론(因果論)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모든 현상에서 반드시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론적 세계관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인간도 독립적인 개체로 존재할 수는 없으며 다른 사물이나 인간들과의 상호작용이나 관계로서만이 존재하고 인식된다고 한다.

자연세계든 인간세계이든 모든 존재는 상호연관성으로 존재하고 인식된다는 것이 상의상존적(相依相存的)세계관이다.

따라서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은 한 덩어리, 한 생명체인 유기적 공동체로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소우주로 표현하고 티클 하나가 우주를 포함한다(一微塵中含十方, 일미진중함시방)고도 한다.마찬가지로 현대 물리학에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던 위치, 크기, 시간, 속도, 에너지 등 모든 구체적인 물리량들은 개별적으로는 정의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기존의 물질과 우주에 대한 인식들이 변화되었는데, 불교와 비교되고 있는 몇가지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과학의 인과원칙(causality)과 불교의 연기론적 세계관. 두 번째 양자역학에서 물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며 측정방식에 따라 변화한다는 상보성 원리와 무아(無我)의 가르침. 세 번째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 부정. 네 번째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수천만리 떨어진 다른 곳에 폭풍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소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사소한 사건 하나가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올수 있다는 뜻) 등이다.

부분이 전체를 닮은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이나 소수(小數)차원을 특징으로 갖는 형상을 말하는 프랙탈이론(작은구조가 전체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과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을 얘기하는 화엄사상의 유사성 등도 꼽을 수 있다.

20세기 이후 실험과 관찰을 기반으로 하는 자연과학세계의 성과가 명상이나 수행으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불교적 세계관과 닮아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현대물리학과 불교의 종교사상은 마치 어떤 동일한 목적지를 두고 서로 다른 길로 출발하였지만 접근해가는 길은 하나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대우주의 신비로움을 밝혀 인류구원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과학과 종교사상에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 하나에서 가장 미세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한 부분으로 우주 규모의 현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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