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벌집이 된 나라
당리당략에 바쁜 정치권, 수습은 뒷전
내우외환의 혼란 잡을 지도자 아쉬워

▲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나라가 온통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로 벌집을 들쑤셔 놓은 듯하다.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정치권은 이를 SNS에 올려 정치 헤게모니를 잡는데 이용하고 있다.

여당은 비박과 친박으로 나뉘어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고, 야당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 넣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뉴스들로 기름을 끼얹는다.

어제 모 공중파 방송의 토론회에 나온 노 교수는 이를 두고 “거대한 굿판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을 비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회로 권력을 잡아 보려는 정치권의 가소로운 놀음이 한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모두가 통렬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대통령 한 명 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제 실리만 챙기느라 이를 견제하는데 게을렀고, 더 나아가 국민들이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나라 꼴이 이렇게 됐는데 제 이익만 계산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중세시대 때 마녀를 한 명 잡아다 놓고 어떻게 처단할 것인지 모여 앉아 궁리하고 있는 장면이 연상된다. 어떡하면 백성들에게 극적인 효과를 높이고 종국에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것만이 고민의 주제다.

지금 나라는 안팎으로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더욱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극동 아시아의 외교와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히게 됐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과의 FTA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했다. 또 김정은과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해 남북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의 두려움이 반영돼 트럼프가 당선된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하락한 1958.38로, 코스닥은 24.45포인트(3.92%) 급락하며 599.74로 장을 마감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초비상이다. 지구상의 종주국 미국이 트럼프에 의해 어떻게 경제·외교 정책을 펼쳐 나갈지, 그리고 그러한 정책들이 자신들의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든 정보력과 분석력을 동원해 예측해내고 있다. 무한경쟁의 지구촌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누구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정직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은 모두가 정치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한 마디라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자칭 대권 잠룡들이 수시로 내뱉는 말들은 너무나 공허하게만 들린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대통령과 최순실로 인해 망가진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지 누가,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한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기에 혼란스러워하는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흔들리는 국가를 바로잡아줄 큰 인물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순자는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水能載舟 亦能覆舟)’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배는 비단 대통령만이 아니라 정권잡기에 목매어 있는 정치권 전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이 엄중한 시기에 어떻게 국가의 기틀을 새로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백성의 바다 위에 새롭게 떠오를 수도 있고, 성난 민심에 의해 송두리째 전복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시민들은 현명하고 지혜롭다. 이재명 사회문화팀장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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