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잡이로 불을 밝혔던 동해바다는 충혈된 빛으로 여명을 부른다. 화암 주상절리에서 본 오징어배 조업 장면.

울산은 북구 강동해변부터 울주 간절곶과 진하해변까지 겨울바다가 쭉 이어져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최장 트레일 코스인 ‘해파랑길’로도 바닷길의 멋을 누릴 수 있다.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이다.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의 노선으로 구성되어있다.

해파랑길 제2구간인 울산구간은 진하해수욕장이 포인트다. 학생들의 MT장소로도 각광 받는 진하 해수욕장은 넓은 모래사장과 얕은 수심이 장점이다.
정자항은 울산시민들이 각종 회 및 대게 등의 해산물을 먹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영덕에서 잡히면 영덕대게고 정자에서 잡히면 정자대게라고 할 정도로 대게를 먹기 위한 발길이 이어진다.
추워질수록 더욱 겨울 맛이 난다는 12월이다. 울산의 겨울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맛과 멋을 찾아 떠나보자.

그 속에서 바다 사람들의 땀 냄새도 맡고 인생 이야기도 들어보자.

가자미·대게철 맞은 정자항
게딱지에 비벼먹는 밥맛 일품
강동 앞바다 ‘곽암’ 신비한 매력
일대서 채취한 미역 지역 특산품
대왕암공원·진하 명선도도 필수

◇북구 정자항~주전해안

정자항을 떠난 어선들은 오전 3시께 칠흑 같은 바다로 나갔다가 오후 4시께 귀항한다.

요즘은 주로 가자미를 잡는 철이지만 어획량이 적어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정자항에 새벽 입항한 고기잡이배.

정자항을 드나드는 어선들은 빨간색 등대와 흰색 등대 사이를 통과하는데 만선을 이룬 날이면 위판장의 경매장은 잔치분위기다.

대게는 직판장에서 구입한 뒤 초장 집에 가서 손질해 먹는다. 게딱지에 게 내장과 참기름, 김, 김치 등을 넣고 비빈 게딱지 밥은 일품이다.

정자항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주전 몽돌해변까지 가는 해안산책로를 따라가 보자.

해안산책로는 밤과 달리 낮에는 여러 포구와 해안가의 소나무 풍경이 볼 만하고 천혜의 아름다움이 전해진다.

해질 무렵의 해안은 운치가 있어서 매력적이다. 특히 어둠이 짙어진 뒤 주전해안은 어촌마을의 아늑한 불빛과 바다에 떠 있는 선박들의 불빛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여기에 거침없는 파도소리와 비벼대는 몽돌소리는 덤이다.

▲ 신명마을 아낙들의 돌미역 채취.

주전해변은 몽돌로 이뤄져 파도가 휩쓸고 내려갈 때면 ‘자글랑 자글랑’ 소리가 파도소리와 경쾌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당사해양낚시공원에서 동해안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2㎞ 이동하면 주전 몽돌해변이다.

지명인 주전(朱田)은 ‘붉은 땅의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주전마을 일대의 땅은 붉은 빛을 띠고 있다.

울산 12경 중 한 곳인 주전해변은 약 1.5㎞구간의 해안에 지름 3~6㎝의 자갈 같은 몽돌들이 아기자기하게 깔려 있다.

특히 주전 아랫마을에 위치한 ‘큰불개안’ 해안은 검은 빛을 띠는 자그마한 몽돌들로 덮여 있어 수석 애호가나 수집가들이 모여든다.

◇판지마을 돌미역

울산 북구 강동동에는 판지마을이 있다. 정자항에서 남쪽 해안로를 따라 200m를 내려오면 만날 수 있다.

판지마을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연산 돌미역과 전복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물질로 분주하다. 1~2t규모의 어선으로 문어·장어 통발어업을 하는 조용한 어촌이지만 투명하고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판지마을 앞 바다에는 곽암이 있다. 파도의 일렁거림 사이로 드러나는 거무스름한 바위 봉우리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반돌’ ‘박윤웅돌’이라고도 불린다.

곽암의 대부분은 물속에 잠겨 있어 보이지 않지만 2001년 울산광역시기념물 제38호로 지정됐을 만큼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흥려승람>에 따르면 곽암은 태조 왕건이 918년 고려를 건국할 당시 이 지역의 토호였던 울산박씨의 시조 박윤웅(朴允雄)에게 하사한 바위다.

곽암에서 나는 미역은 예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지역 최고 특산품으로 여겨져 왔다. 이 바위에서 딴 미역은 현재도 국내 최고 미역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돌미역은 양식이 어렵다. 자연산 돌미역은 얕은 물과 바위가 있는 자연조건에서 생산된다. 바위에 붙어 파도에 쓸리면서 살아남기 때문에 잎이 좁고 길며 줄기가 튼튼하다.

판지마을과 함께 우가마을 앞바다도 파도에 의해 깎인 파식대지가 잘 발달해 돌미역 채취의 적지로 알려져 있다.

◇동구 대왕암공원

주전해변에서 차량으로 20분가량 가면 울산 12경중 하나인 대왕암공원에 다다른다.

신라 문무대왕비의 전설이 서린 대왕암 주변은 기암괴석과 수백 년 된 해송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1906년 우리나라 3번째 등대로 세워졌던 울기등대 주변은 해맞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면서 대왕암 주변에 ‘사랑의 자물쇠’가 등장했다.

사랑을 약속한 두 사람이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를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리면 그 사랑이 영원토록 변치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대왕암에는 또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부부 소나무가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진하 명선도와 간절곶

명선도는 사진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지로 이름나 있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서핑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명선도에서 북서쪽 명선교 앞 부근까지가 파도타기에 적격이다. 새벽을 기다리는 서퍼들은 파도가 더 높을수록, 더 힘차게 몰려올수록 쾌재를 부른다.

어둠이 깔린 간절곶 해변에서는 등대를 향해 다정히 걷던 연인의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와 닿는다. 따뜻한 커피를 나눠마실수 있는 이동식 카페(Take out - Coffee)가 매력적이다. 추운 겨울 밤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이와 뜨거운 정을 주고받기에 그만이다.

연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고 해안선 끝에서 밀려오는 파도, 수평선 위를 평화로이 떠있는 밤배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인상적이다. 글=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사진=권창기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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