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서 발견된 신석기 여성 게놈 분석
북·남방계 아시아인 융합...유전적 정보 등 밝혀내

▲ 악마문 동굴인의 머리뼈. UNIST 제공

한국인의 뿌리는 수천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구성됐다는 유전적 정보가 나왔다.

UNIST 게놈연구소(소장 박종화·사진)와 영국·러시아·독일 등 국제 연구팀은 약 8000년전 신석기시대 고대인의 게놈(유전체·genome) 분석을 통해 현대 한국인의 조상, 이동 경로, 유전자 구성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2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 박종화 UNIST 게놈연구소 소장

연구팀이 분석한 게놈은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 20대와 40대 여성의 머리뼈에서 추출한 것이다. 이 동굴인들은 1970년대 초 발견됐으나 게놈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2014년 하반기부터 2년여간 연구활동을 펼쳐왔다.

분석 결과 이 여성들은 한국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 앞니 유전자를 가진 수렵채취인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현대 동아시아인들의 전형적인 유전 특성인 우유 소화를 잘 못하는 유전변이와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 마른 귓밥 유전자 등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최근 8000년까지 외부인의 유입없이 인족끼리 유전적 연속성을 가지며, 농업같은 혁명적인 신기술을 가진 그룹이 기존 그룹을 정복·제거하는 대신 기술을 전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생활양식을 유지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소개했다.

악마문 동굴인 게놈에서 또하나 특징적인 것은 현재 그 인근에 사는 울지(Ulchi)족을 제외하면 현대인 중에서 한국인이 이들과 가장 가까운 게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또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도 한국인이 주로 가진 것과 같았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기 때문에 이 게놈 종류가 같다는 것은 모계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하고 두 인류의 오랜 시간 차이를 고려해도 매우 가까운 편으로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인의 게놈과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인족의 게놈 변이를 비교했더니, 악마문 동굴인과 베트남 또는 대만 원주민의 게놈을 융합했을 때 한국인의 현재 게놈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인이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한 것에 뿌리를 뒀음을 방대한 게놈변이 정보로 정확하게 증명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다만 현대 한국인은 남방계의 유전 흔적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렵채집이나 유목을 하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식을 낳고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거시적으로보면 약 만 년 전부터 남방계 사람들이 더 빨리 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북방계 사람을 만나 한반도 등에서 융합이 일어났고 이 융합에서 현재는 남방계 특징이 더 많이 남은 것이다.

유전자 혼합도 계산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단일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른 인족보다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았다.

UNIST 게놈연구소장인 박종화 생명과학부 교수는 “중국(한족)과 일본, 한국을 아우르는 거대한 인구집단이 이처럼 동질성이 큰 것은 농업기술 등을 통한 문명발달로 급격하게 팽창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이번 고대게놈 연구는 엄청난 양의 게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며, 한국인의 뿌리 형성과 그 결과를 결정적으로 설명하는 생물학적 증거를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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