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사교육 ‘군살빼기’나선 학교

▲ 신정고등학교 생명과학 수업시간 장면. 신정고는 사교육없는 자율학교의 운영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이같은 ‘소인수선택교육과정’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울산 남구 신정고등학교. 김영오 교장은 교내 사교육 해결방안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고려한 소인수선택교육과정, 방과후학교 특화, 진로 고려한 학생활동 지원, 교사들의 교과 및 진학지도 역량강화, 인성교육강화를 제시했다.

지난 2014년부터 ‘사교육 없는 자율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는 신정고는 학교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교육과정을 교사중심에서 학생 참여 중심수업으로 바꾸면서 사교육에게 빼앗겼던 학생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정고 ‘사교육 없는 자율학교’
학생중심 교과과정 운영 전환해
적성·진로 맞춘 학습분위기 조성
서서히 사교육비 절감효과 거둬

◇사교육 해법찾으니 역량강화 우수학교로

‘소인수선택교육과정’이 신정고가 사교육 대처방안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기존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과목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대학교수나, 타 학교 교사들도 초빙해 국제경제·정치, 생명과학실험, 고급수학, 심리학 등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고교 1학년부터 진로를 고려한 다양한 교과 및 교양학습을 습득함으로써, 향후 대입입시에서 타 학교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장의 설명이다.

입시트랜드가 ‘내신성적+비교과 활동’인데, 일찌감치 전공 적합성을 갖출 수 있는 교육환경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현장에서 제공하는 셈이다. 2015년부터 시작한 이 교육과정은 전국의 학교에서 벤치마킹이 될 정도로 공교육 강화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고 지난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발판이 됐다. 학생 참여중심의 수업인 ‘하브루타’ 방식도 선행학습 부담을 주지 않는 점에서 사교육과의 차별화에 핵심역할을 한다.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서로 짝을 지어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정고와 함께 사교육없는 자율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울산중앙여고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진로집중교육과정에 학생들의 맞춤 교과목을 개설해 일반고 학생이 자신의 적성 및 진로에 따라 선택해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했다.

◇사교육 참여율 감소 ‘눈에 띄네’

이같은 노력 덕분인지 신정고는 사교육 참여율을 일정부분 줄여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이 학교가 지난해 초 900여명의 1,2학년을 대상으로 사교육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5년에 사교육을 한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94명이 ‘예’라고 응답했다. 이어 ‘현재(2016년)도 사교육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그치는 387명만이 ‘예’라고 답했다.

사교육 형태로는 ‘교과관련 학원’이 가장 많았다. 사교육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화학습, 기초학력 부족, 예체능 특기적성 순을 보였다. 사교육 중 교과관련 과목수는 영어와 수학 2개 과목을 받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사교육비 한달평균 금액은 40만~60만원이 가장 많았다.

울산중앙여고도 자율학교 지정 이후 학생들에게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기르고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최소 수준의 기본학습 능력을 갖추면서 조금씩 사교육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정고 김영오 교장은 “일선학교에서도 사교육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학교교육 과정에 접목시키고 방과후 교육과정에도 반영해 학생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것이 결국 사교육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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